ICC '전쟁범죄' 조사 직면한 이스라엘, 팔' 외무 통행증 몰수

입력 2021-03-22 03:37  

ICC '전쟁범죄' 조사 직면한 이스라엘, 팔' 외무 통행증 몰수
"ICC 검사장 면담과 관련 있어"…이스라엘 총리실, 확인요청 거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국제형사재판소(ICC)의 팔레스타인 영토 내 전쟁범죄 조사를 앞두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외무장관의 국경 통행증을 몰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야드 알말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실 관리인 아흐메드 알데에크는 이스라엘 당국이 리야드 장관의 국경 통행증을 몰수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통행증 몰수는 알말키 장관이 ICC 회의를 마치고 요르단강 서안으로 돌아오기 위해 이스라엘이 운영하는 검문소에 도착한 직후 이뤄졌다.
이스라엘 측은 통행증 재교부 시기를 알려주지 않았으며, 알말키 장관은 통행증 없이 서안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스라엘 관리들은 서안과 요르단 사이의 국경 검문소에서 장관 보좌관을 90분 동안 붙잡아두고 심문하기도 했다.
알데에크는 이번 조치가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전쟁범죄를 조사하는 파투 벤수다 검사장과 알말키 장관의 최근 면담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알말키 장관은 개인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외무장관이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조처를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분개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확인 요청을 거부했고, 외무부 대변인은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일명 6일 전쟁)을 통해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한 이스라엘은 PA 고위 관리들에게 국경 통과증을 발급하고, 이들이 국경 검문소를 통과해 국외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왔다.
앞서 ICC는 지난달 5일 팔레스타인 측이 제기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대한 관할권을 인정했다.
ICC는 당시 팔레스타인이 로마 규정(Rome Statute)에 부합하는 '당사국'(state party) 지위를 갖고 있어 사법적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벤수다 검사장은 지난 3일 팔레스타인 영토 내 전쟁범죄에 대한 공식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검사장 측은 최근 이스라엘에 조사 개시를 공식 통보하면서 ▲ 2014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 이스라엘의 정착촌 정책 ▲ 2018년 '위대한 귀향 행진'(Great March of Return) 시위 등 주요 조사대상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2014년 일명 '50일 전쟁'으로 불리는 하마스와의 전쟁 중 가자지구를 공습해 2천여 명의 사망자를 유발했다.
또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에 유대인을 지속해서 이주시켜왔는데,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대한 귀향 행진' 시위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2018년 3월 땅의 날을 맞아 분리 장벽 인근에서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실탄과 탱크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 시위가 시작된 이래 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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