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상 강화 중 발생해 더 당혹…미 인종주의에 대한 불안감 불러"
'미국 유학·이민 재고하겠다'는 한국인들 목소리도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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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오랜 동맹인 한국에서 큰 반향을 부르면서 미국 내 극심한 인종차별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서울발 기사에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비록 7천 마일(약 1만1천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지만, 한국 내 많은 이가 한국인 희생자들 때문에 이를 남 일같이 여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이중 절반인 4명이 한국계며, 이 중 1명은 한국 국적이다.
신문은 한국전쟁 이후 수십 년간 양국은 깊고 지속하는 관계를 유지해 온 동맹으로, 문화적 유대감 역시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인들은 미국에 친척이나 친구를 둔 경우가 많으며, 다른 어떤 나라보다 미국으로 자녀를 유학 보내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인종차별적 증오범죄 가능성이 있는 총격으로 한국계 피해자들이 발생하자 미국 내 인종차별에 대한 불안감이 촉발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여러 한국인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명규(55) 씨는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에 이민 간 지인들을 많이 알고 있으며, 자신의 딸 역시 미국 학교에 가기를 원하지만 이번 일로 재고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예림(32) 씨는 그동안 미국이 다양성을 갖춘 사회의 이상이라고 여겨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서울을 떠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 씨는 "이 나라를 떠난다면 나 역시 '다르다'는 이유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서울 주재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윤지아(20) 씨는 어린 시절을 캘리포니아주에서 보냈으며, 당시 자신의 부모님이 여러 인종차별 사례를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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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특히 미국에서 한국과 한국 문화의 위상이 강화하는 시점에 발생해 많은 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한국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받고, BTS가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공연하는 등 한국 문화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첫 해외 순방지 중 한 곳으로 최근 한국을 찾았다.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족 이야기를 담은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르자 한국인들은 극장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제냐 리(25)씨는 10대 때 2년을 애틀랜타에서 지냈다.
그녀는 영화 '미나리'를 본 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영원히 외국인이자 보이지 않는 이들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언론들도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관해 광범위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WSJ은 한국 내 한 진보 언론은 "미국 사회가 인종차별주의자 공격에 무방비하다"고 지적했고, 한 보수 언론은 미국이 "인간에 대한 범죄가 뿌리내리지 않도록 효과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국 내에 180만명의 한국계 미국인이 살고 있으며,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워싱턴 등의 대도시에 많이 모여 산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애틀랜타에는 7번째로 많은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고 퓨리서치 센터의 자료를 인용해 전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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