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교역 상대국과의 관계 악화 우려한 '눈치 보기' 지적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 국가들이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중국을 겨냥한 집단 제재에 나선 것에 대해 외교 노선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일본 정부가 관망 일변도의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해양 패권 확장에 맞서 미국, 호주, 인도와 이른바 '쿼드'(4개국) 동맹체를 이루어 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온 일본의 그간 행보와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2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에 대해 투명성 있는 설명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협력해 인권 문제와 관련된 중국 정부 당국자들에게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는 미국, 유럽 등으로부터 제재에 동참해 달라는 제의가 있었는지를 묻는 말에는 "의견을 교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삼가겠다"고 직답을 피했다.
특히 일본 정부 독자적으로 제재를 가할 가능성에 대해선 "일본의 현행 법률에 인권 문제만을 직접 또는 명시적인 이유로 제재를 가할 규정이 없다"는 말로 부인했다.
다만 현지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가 알려지고 있다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칙론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에서 마쓰바라 진(松原仁) 입헌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로 채택한 문서에서도 중국 내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를 갖고 주시하고 있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에서의 인권 문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서방권 주도의 제재에 동참하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이라며 향후 동향을 살피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했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가 중국 제재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인권 침해를 이유로 타국의 정부 고관이나 단체를 제재할 법 제도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일본 여야 정치권에서는 법 정비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일본 정부 내에선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주저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가토 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상황에 대해 중국 정부에 투명하게 설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하는 데 그친 것은 그런 배경에서라고 요미우리는 분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영유권을 둘러싸고는 중국과 격한 대립을 마다하지 않는 일본 정부가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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