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사무총장 "화석연료 군용차량 단계적으로 없앨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서방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기후변화를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집단 안보 전략의 핵심 중 하나로 설정하기로 했다.
나토는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열린 회원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가 세상을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나토에 중요하고, 나토가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지도자들이 2050년까지 군사 내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결의를 위한 회담을 올 하반기에 열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는 더 극단적인 날씨, 홍수, 가뭄을 초래해 사람들을 이주시키고 물, 땅 등 부족한 자원을 둘러싼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토가 온실가스 감축과 북극 등 모든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 50도에 가까운 열기를 내뿜는 이라크에서 주둔 중인 병사들을 도와야 한다면서 군용 차량의 화석연료 기반 엔진을 단계적으로 없애야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전 세계 곳곳의 군사 시설은 이미 기후변화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이상 현상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노퍽 해군기지나 메릴랜드주 해군사관학교 등은 홍수나 가뭄, 이상 기온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버지니아주와 콜로라도주 공군 기지는 허리케인과 산불로 타격을 입었다.
그간 군사 조직은 기후변화가 안보에 어떤 위험을 가져오고 물리적 시설들을 얼마나 위협하는지를 논의해 왔지만, 전방위적으로 기후와 안보에 넓게 초점을 맞춘 시도는 그리 많지 않았고 탄소 중립 노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더욱 드물었다고 WP가 전했다.
WP는 또 군이 작전 준비태세를 가장 먼저 고려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토지 관리 방식에 무관심해 왔으나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기후와 안보를 연결했다면서 그가 "보통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노르웨이 환경부 차관과 총리를 지냈으며, 유엔 기후변화 특별대사의 이력도 갖고 있다.
그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기후변화를 국가 안보 우선 과제로 격상하는 등 행보를 보였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힘도 받았다.
미국 국방부는 앞서 군사 작전과 훈련 연습에 기후변화를 추가하겠다면서 관련 팀을 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WP는 미국이 추후 국가 방어 전략에도 기후 변화를 포함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군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추적하는 일은 난제로 꼽힌다. 통상 군사시설의 탄소 발자국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한 싱크탱크 연구소장은 "이 부문이 지금까지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면서 "기후변화 관련 공동체들은 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규모에 대해 크게 인식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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