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자의 교서 발표…2023년까지 교황청 성직자 임금 인상 중단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에서 일하는 성직자들의 봉급을 삭감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가중되는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24일(현지시간) 발표된 교황의 자의 교서(Motu proprio)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교황청에 속한 추기경 봉급이 10% 깎인다.
추기경이 아닌 교황청 각 부서장 등 주요 보직자들은 8%, 일반 사제는 3%씩 봉급이 삭감된다.
또 2023년까지 교황청 모든 성직자의 임금 인상이 중단된다.
교황청에서는 근속 연수에 따라 일정 비율로 임금이 자동 인상되는 연공 임금체계를 갖고 있는데 올해를 포함해 앞으로 3년간 한시적으로 이러한 임금 인상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하급 일반 직원들은 이번 조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교황청에 속한 추기경의 월 급여는 4천∼5천 유로(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535만∼669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처에는 직원 감축을 피하면서 동시에 심각한 재정난을 조금이나마 경감하려는 교황의 의지가 실렸다는 분석이다.
교황은 자의 교서에서 교황청이 처한 재정 적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지속가능한 경제적 미래를 위해 필요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일반 직원들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긴축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교황은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로 교황청 재정이 어려워졌지만 직원을 해고하고 일자리를 빼앗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해왔다.
안그래도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은 교황청은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며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는 위기에 처했다.
최대 현금 창출원인 바티칸 박물관이 봉쇄로 상당 기간 문을 닫은데다 신자 헌금은 물론 금융·부동산 투자 수익마저 급감하며 수입이 크게 준 영향이 크다.
작년 9천만 유로(약 1천20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5천만 유로(약 669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전 세계 신자들의 헌금으로 조성되는 베드로 성금(St. Peter's Pence) 기존 보유고에서 4천만 유로(약 535억원) 이상을 적자를 메우는 데 써야 할 상황이다.
교황청 재정 관리를 총괄하는 후안 안토니오 게레로 알베스(61·스페인) 재무원장은 최근 교황청 기관 매체인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로 운영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신자들의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