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성학대 피해자 중용한 교황…미성년자보호 위원 임명

입력 2021-03-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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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성학대 피해자 중용한 교황…미성년자보호 위원 임명
2000년대 성학대 스캔들 폭로한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씨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칠레의 사제 성 학대 피해자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도하는 미성년자 보호·지원 업무를 맡게 됐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24일(현지시간) 칠레의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씨를 3년 임기의 교황 직속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다.
1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미성년자보호위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 내 아동 성학대 피해자 및 그 가족의 상처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2013년 12월 설립한 기구다.
크루스씨는 어릴 적 칠레의 악명 높은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가 저지른 성 학대 피해자 3명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성인이 된 뒤 카라디마의 만행과 현지 가톨릭교회의 은폐 시도를 고발해 주목을 받았다. 칠레 가톨릭 역사상 최악의 사제 성학대 스캔들의 도화선이 된 폭로다.
카라디마는 베네딕토 16세 재위 때인 2011년 교황청 조사에서 아동 성 학대 혐의가 인정돼 평생 속죄 및 기도의 삶 처분을 받았으나 피해자 등으로부터 너무 관대한 조처라는 지적이 그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카라디마 신부의 제자로 그의 범행을 묵인·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안 바로스 신부를 2015년 칠레 남부 오소르노 교구 주교로 임명하며 논란이 됐다.
2018년 1월 칠레 방문 때는 바로스 신부를 공개적으로 두둔해 거센 반발을 샀다. 당시 비판 대열에 앞장선 이가 크루스씨였다.
하지만 칠레 방문에서 돌아온 직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카라디마 신부의 악행에 대한 강도 높은 재조사를 명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재조사 결과 칠레 가톨릭교회의 조직적인 은폐 행위가 사실로 드러났고 카라디마 신부는 결국 성직을 박탈당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진실하고 균형 잡힌 정보 부족으로 상황 판단에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며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이번 임명과 관련해 크루스씨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을 신뢰해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성 학대라는 재앙을 종식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는 한편 여전히 정의를 얻지 못한 수많은 생존자를 위해 책무를 다하겠다"고 썼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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