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고릴라 신경 전구세포 유지기간 이틀이 두뇌 차이 갈랐다

입력 2021-03-25 10:58  

인간과 고릴라 신경 전구세포 유지기간 이틀이 두뇌 차이 갈랐다
줄기세포 배양 '두뇌 유사체' 비교…인간 신경세포 형성기간 더 길어
고릴라 유전자 'ZEB2' 발현 늦췄더니 인간 두뇌 유사체와 발달 비슷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간은 고릴라나 침팬지 등에 비해 두뇌의 신경세포가 3배에 달하는 큰 뇌를 갖고있다.
이런 두뇌의 차이가 인간을 다른 유인원보다 앞서는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는데, 인간이 큰 뇌를 갖게된 과정을 '두뇌 유사체'(brain organoid)를 이용해 처음으로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분자생물학실험실 '의학연구위원회'(MRC)에 따르면 이 위원회의 마델린 랭커스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인간과 고릴라, 침팬지의 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해 만든 두뇌 유사체를 비교해 신경세포 형성의 차이를 유발하는 유전자까지 찾아낸 결과를 생물학 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신경세포는 두뇌 발달 초기에 '신경 전구세포'로 불리는 줄기세포로 만들어진다.
이런 전구세포는 같은 형태의 딸세포로 분열하기 쉽도록 원통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 단계에서 더 오래 증식할수록 더 많은 신경세포를 갖게 된다. 신경 전구세포가 성숙해져 증식이 둔화하면 길쭉한 아이스크림콘 형태로 바뀐다.
쥐를 대상으로 한 앞선 연구에서는 신경 전구세포가 불과 수 시간 만에 성숙해져 원통에서 콘 형태로 변화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랭커스터 박사 연구팀은 두뇌 유사체를 통해 인간과 고릴라, 침팬지의 신경 전구세포가 얼마나 빨리 콘 모양으로 바뀌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고릴라와 침팬지의 신경 전구세포는 약 5일간 원통형 모양을 유지했다.
인간의 신경 전구세포는 이보다 더 긴 7일간 원통형 모양을 가진 채 더 자주 분열하며 많은 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신경 전구세포가 신경세포로 바뀌는 속도의 차이는 세포가 증식할 수 있는 시간의 차이를 의미하며, 인간이 고릴라나 침팬지의 3배에 달하는 신경세포를 갖게 된 근본적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랭커스터 박사는 "초기 두뇌에서 세포의 형태가 늦게 변하는 것이 신경세포 수를 늘려 두뇌 발달 과정을 바꾸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상대적으로 단순한 세포 형태의 변화가 두뇌 진화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연구팀은 또 인간과 고릴라, 침팬지 두뇌 유사체의 유전자 비교를 통해 'ZEB2'라는 유전자가 얼마나 빨리 발현하느냐에 따라 신경 전구세포의 원통형 모양 유지 기간이 달라지는 것을 밝혀냈다.
고릴라 두뇌 유사체에서는 이 유전자가 인간 두뇌 유사체보다 더 빨리 발현했으며, 유전자 발현 시기를 늦추자 인간 두뇌 유사체에서와 비슷하게 발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릴라 신경 전구세포가 더 늦게 모양을 바꾸며 더 커졌다는 것이다.
반대로 인간 두뇌 유사체에서 ZEB2 유전자를 더 빨리 발현시키자 신경 전구세포가 더 일찍 콘 모양으로 바뀌며 유인원 두뇌유사체와 비슷한 발달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와 관련, 두뇌 유사체가 실제 두뇌와 전적으로 같을 수는 없으며, 특히 성숙한 두뇌 기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배양 접시에서 키운 두뇌 유사체가 다른 방법으로는 불가능했을 두뇌 발달의 핵심 단계에 대한 유례없는 관찰 기회를 제공해줬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랭커스터 박사는 지난 2013년 첫 두뇌 유사체 형성 연구에 참여한 바 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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