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첫날 길어진 상품가입 시간에 은행 '진땀' 고객은 '불평'

입력 2021-03-25 14:22   수정 2021-03-25 15:02

금소법 첫날 길어진 상품가입 시간에 은행 '진땀' 고객은 '불평'
'설명의무' 강화에 10만원짜리 적금은 30분, 펀드는 90분…숙지덜돼 '우왕좌왕'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지금부터 이 적금 상품과 관련한 민원처리 절차, 예금자 보호, 이자율, 이용 제한 사항 등에 대해 제가 하나씩 차례차례 읽어내려가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A은행 을지로 지점 직원)
"고객님, 만기된 정기예금 재예치만 하시더라도 상품설명서, 약관을 확인하셔야 하니 출력물을 뽑아드리겠습니다" (B은행 구로구 지점 직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첫날인 25일 시중은행 일선 창구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예·적금, 펀드 등의 상품에 가입하려는 고객 1명당 가입 절차를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소의 3배 이상 길어진 점이었다.
법 시행 첫날이라 바뀐 상품 판매 프로세스 등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이 고객에게 상품 가입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 진땀을 흘렸다. 고객들은 "절차가 너무 복잡해 불편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을지로에 있는 A은행의 영업점을 찾은 한 고객은 10만원짜리 적금과 단순 채권형 펀드 상품을 각각 하나씩 가입하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우선 적금 하나를 드는 데 30분이 걸렸다.
기존에는 적금 상품을 고르고 난 뒤 은행 직원이 '은행거래신청서'에 형광펜으로 표시해 준 부분만 작성하고 서명하면 됐던 1단계의 가입 절차가 이날부터 '가입권유 확인서-은행거래 신청서-예금성상품 계약서 작성'의 3단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먼저 기존에는 없었던 가입권유 확인서에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등을 적자 은행원이 중요 사항으로 표시된 민원처리 절차, 예금자보호 여부, 이자율, 이용 제한사항 등의 정보를 하나하나 읽어주며 이해했는지 확인했다.
이후 은행거래신청서를 작성하면서는 여태까지 은행원이 체크해준 부분만 적으면 됐던 것과 달리 전체를 모두 꼼꼼히 읽어보고 모든 부분에 직접 작성을 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면서는 계약해지 관련 내용과 민원 처리 등의 절차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을 듣고 적금통장을 받아들 수 있었다.
해당 업무를 처리한 은행 직원은 "과거 10분이 채 안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3배 넘는 시간이 걸렸다"며 "10만 원짜리 단순 적금 가입에 불필요한 중복 설명과 과도한 서류작성이 이뤄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펀드 가입 절차는 금소법 시행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데도 1시간 30분이 걸렸다. 펀드 상품설명서를 하나하나 읽어주고 녹취를 해둬야 하는 절차 때문이었다. 또, 투자자정보 분석 결과 보수적인 투자 성향이 나왔을 때 본인이 원해도 더 높은 등급의 펀드 가입이 불가능한 점이 달라져 이 점을 이해시키는 데 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는 '부적합 확인서' 등을 통해 본인의 투자성향보다 높은 위험도의 펀드임을 숙지했음이 확인되면 가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이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펀드를 다시 선택하자 은행원은 녹취기를 꺼내 펀드 상품설명서를 하나하나 읽으며 고객이 이해했는지 묻는 과정을 녹음했다.
이 은행원은 "이런 식으로 설명 시간이 길어지고 작성할 서류가 많아진다고 해서 실제 고객의 이해가 높아질지는 미지수"라며 "손님이 '핵심 내용만 요약해달라', '너무 많이 설명하니 더 헷갈리고 어렵다'고 해서 양해를 구하고 설명을 끝마치긴 했지만 난감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에서도 펀드 등 각종 상품 가입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 데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B은행의 서울 송파구 한 지점에 근무하는 은행원은 "적립식 펀드 상품 가입 소요 시간이 녹취와 투자성향 분석 등으로 평소보다 약 20분 정도 늘어난 것 같다"며 "상담 시간 증가로 대기 시간이 늘면서 창구가 혼잡해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고 그냥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C은행의 강남구 지점 은행원은 "투자상품 가입 시 투자성향 분석을 해야 하는데, 성향 분석의 문항 수가 기존 7개 문항에서 15개로 늘어나 모든 문항을 일일이 설명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며 "각 문항에 대해 질문했더니 '취조당하는 느낌'이라고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고, 녹취 과정에서 '왜 이렇게 설명이 길어?'라는 불평이 녹취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C은행의 구로구 지점 은행원은 "정기예금 가입 시 신규가 아닌 재예치인데도 상품설명서, 약관 등 출력물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고객이 '같은 상품에 기간만 연장되는데 절차가 복잡해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내점 고객 대부분이 고령층이라 이메일 등 전자 방식으로 받아보기 힘들어서 출력물을 건넸더니 '읽어보지도 않을 종이를 왜 이렇게 많이 주냐'고 했다"고 전했다.
D은행 관계자는 "당장 입출식통장 가입부터 서류 자체가 다 바뀌었고 약관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약관을 교부할 의무까지 생긴 바람에 할 게 너무 많아서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요즘 은행 창구 업무는 대부분 '원스톱 뱅킹'을 강조하며 한 창구에서 단순 예적금 상품가입, 투자상품 가입, 외환·대출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는 추세이다 보니 직원들이 모든 분야를 다 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바뀐 내용을 한꺼번에 숙지하지 못해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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