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분석…"한국, 100일간 대응 방안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반도체 공급망 조사를 지시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이 미국 내 투자 확대, 경쟁 심화 등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25일 '바이든 반도체 공급망 조사 행정명령의 함의와 한국의 대응 방향' 보고서를 내고 "미국이 세계 반도체 산업 재편에 시동을 걸고 있어 우리도 새 질서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의약품 등 4개 품목을 대상으로 100일간의 공급망 조사를 지시한 행정명령 14017호에 서명했다.
이번 조사의 표면적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수급에 난항을 겪고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등 핵심 품목 제조 기반의 취약성이 확인됨에 따라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첨단 제조업,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중국 굴기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중장기 국가전략이 깔려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미국이 100일간의 공급망 조사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향후 제재 강도 및 범위에 따라 한국은 가치사슬 전반에 큰 영향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관련 대(對) 중국(홍콩 포함) 수출 비중이 60%를 상회하는 데다 대만, 일본을 포함해 미국이 첨단 반도체 조달을 의존하는 동북아 공급망의 핵심 국가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미국이 메모리·비메모리 부문에서 첨단 공정기술을 보유한 외국 기업들의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투자를 유도해 자국 내 가치사슬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은 국가별 수입 비중이 고른 편이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인 메모리 부문에서는 한국,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및 OSAT(외주패키징테스트)에서는 대만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아울러 미국이 메모리 부문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000660], 파운드리 및 OSAT 부문에서 TSMC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자국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 대만 외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고자 장기간 소외됐던 일본의 입지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한국은 메모리 부문에서 마이크론 등 미국 업체와 경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TSMC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에 따라 한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한국·대만·일본 등 동북아 공급망 주요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중간재 교역을 대상으로 미국이 제재 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고서는 "우리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공급망 조사와 향후 조치에 따라 막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향후 100일간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구조, 특히 중국과의 연결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미국의 행동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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