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첫 회견에 '커닝 쪽지'까지 챙겨왔지만 실수 연발

입력 2021-03-26 15:57  

바이든, 첫 회견에 '커닝 쪽지'까지 챙겨왔지만 실수 연발
답변하다가 두서없는 문장 내뱉는가 하면 "어쨌든"하고 황급히 마무리
폭스뉴스 기자는 질문 제외…질문 순서도 미리 정한 듯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현지시간)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 '커닝쪽지'까지 챙겨왔지만, 실수를 피하진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와 관련해 질문받고 대답을 하다가 말을 얼버무리더니 답변을 서둘러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질문한 기자는 애초 이민 문제와 필리버스터 두 가지 문제를 함께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 문제에 대해서만 말하고 답변을 끝내려는 듯했고, 기자가 필리버스터에 대해서도 답해달라고 요청하자 그제야 생각난 듯 "필리버스터, 필리버스터"라고 두 차례 말한 뒤 답을 시작했다.
답변을 시작했을 땐 농담을 곁들일 정도로 여유로웠다.
필리버스터를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내가 갓 상원에 들어왔던 120년 전에 존재했던 필리버스터에 관한 입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120년 전 상원 입성'은 말실수가 아닌 농담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내게 관련된 카드가 있다"라면서 연설대 위에 놓인 바인더를 뒤적거리더니 카드를 찾아 필리버스터 관련 통계를 읽어줬다.
필리버스터의 폐해를 설명하는 답변을 이어가던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상원에서 일이 이뤄지는 방식을 계산하는 데 서투른 적이 없다"라고 말하더니 "어떤 일을 성취하는 최선의 방안은, 만약 당신이 친밀함(near and dear)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두서없는 문장을 내뱉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쨌든"이라고 급히 문장을 마무리하고는 "우리는 많은 일을 할 것이며, 필리버스터 결과 혼란과 교착상황이 발생한다면 내가 말한 것 이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답변을 끝냈다.
뉴욕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이 뭘 하는 중이었는지 또 잊었다"라고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준비해둔 '커닝 쪽지'가 있는데도 실수하기도 했다.
그는 인프라 관련 질문에 답하며 미국이 인프라 면에서 세계 85위라고 말했다.
이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긴 인프라 질 순위에서 미국이 13위에 그친 것을 잘못 말한 것으로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 답변 도중 바로잡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팩트체크 기사에서 "선진국(developed countries)이 85개가 되지도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관련 카드를 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해당 카드에는 '미국은 인프라에서 세계 13위로 2002년 5위에서 하락했다', '중국은 미국보다 인프라에 3배 더 지출한다', '교량의 3분의 1 이상이 수리나 보전작업이 필요하다' 등의 문장이 적혀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지막 질문에 나선 기자가 추가 질문을 하던 중 연설대에서 벗어나 기자 쪽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질문이 끝나자 연설대로 돌아오기 전 이미 답변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 때 질문할 기자와 순서가 미리 정해져 있던 점과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 기자가 질문자에서 빠진 점도 도마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단에 가져온 자료에는 기자들의 좌석표가 있었는데 기자 얼굴사진 옆에 질문 순서로 보이는 숫자가 쓰인 것이 포착됐다.
회견에는 기자 25명이 참석했고 62분간 10명이 질문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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