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완다 대학살에 중대한 책임…공모 증거는 못찾아"

입력 2021-03-27 06:59  

"프랑스, 르완다 대학살에 중대한 책임…공모 증거는 못찾아"
마크롱 대통령 직속 진상조사위원회 2년만에 보고서 발간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대통령 직속 진상조사위원회가 1994년 르완다 투치족 집단학살에 프랑스의 "무겁고도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학살에 공모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9년 5월 발족한 조사위원회는 르완다에서 8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에 프랑스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26일(현지시간) 공개했다고 AFP 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1천200장에 달하는 보고서는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 시절 프랑스가 학살을 멈추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지만, 무기를 공급하는 등 학살에 관여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프랑스가 투치족 대량학살에 연루됐는지를 묻는다면 기록보관소는 그 어떤 것도 증명하지 못했다"면서도 "프랑스는 오랜 기간 인종차별적 대학살을 부추기는 정권에 관여해왔다"고 썼다.
프랑스 역사학자 뱅상 뒤클레르가 이끈 조사위원회는 지난 2년 동안 르완다 집단학살 사건을 다룬 각종 외교, 군사 기밀문서를 열람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결론지어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다.
엘리제궁은 이번 보고서가 프랑스와 르완다의 새로운 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고, 양국 사이에 불가역적인 화해가 가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르완다 외교부는 "투치족 집단학살에서 프랑스의 역할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르완다에서는 다수족인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격추돼 숨지자 1994년 4월부터 100일간 소수 종족인 투치족과 이에 동조하는 후투족 일부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학살이 벌어졌다.
르완다 측은 당시 르완다 주둔 프랑스군이 학살 주모자 도피를 도왔고 그 덕분에 이들 중 일부가 프랑스에 정착할 수 있었다고 주장해왔고, 과거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주장에 선을 그어왔다.
르완다와 프랑스는 집단학살을 둘러싼 책임 공방을 벌이다 2006∼2009년 외교관계를 완전히 끊기도 했다.
르완다는 과거 벨기에 식민지였으나 1970년대부터 벨기에와 같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프랑스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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