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부장, 중동 국가 순방하며 백신 공급·인프라 투자 약속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중재할 것"…예멘 내전에도 목소리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미국과 중동 국가들의 관계가 이전 같지 않은 틈을 타 중국이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과는 달리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 문제에 있어서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트럼프는 재임 당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의 국교 수립을 적극적으로 중재해 '아브라함 협정'을 끌어냈다.
이에 반해 바이든 대통령은 전통적 우방인 사우디, 이스라엘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언론 브리핑에서 "사우디와 관계를 재조정할 의향이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상대는 실권자로 통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아니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라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근 한 달 만에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첫 통화를 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 약해진 대서양 동맹 복원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이런 미국의 '공백'을 틈타 중동 국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경제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고, 예멘 내전·팔레스타인 문제 등 지역 현안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4일부터 사우디, 터키, 이란, UAE, 바레인을 잇따라 방문했다.
미국의 최대 적성국인 이란에서는 향후 25년간 포괄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25년간 이란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받는 대신 4천억 달러(약 452조원)를 이란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협정에 대해 NYT는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고, 이란을 고립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약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탈퇴한 이란 핵합의(JCPOA) 복귀를 놓고 이란과 거센 힘겨루기 중인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사우디 방문에서 왕이 부장은 알아라비아TV를 통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인사를 중국으로 초청하겠다"면서 양국의 대화를 주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멘 내전과 관련해서는 최근 사우디의 휴전 제의를 지지한다면서 "최대한 빠른 예멘 내전 중단을 촉구한다"고 왕이 부장은 강조했다.
이번 순방에서 왕이 부장은 UAE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공급에 있어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이날 걸프제약산업(GPI)은 중국의 시노팜 백신을 내달부터 UAE에서도 생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왕이 부장의 이번 중동 순방은 미국이 유럽과 나토 동맹을 강화하려는 가운데 중국은 이란 등과 밀착해 중동에서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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