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에 대한 보고서가 30일(현지시간) 발표됐지만 오히려 많은 의문점만 남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록을 제외하고도 120페이지에 달하는 이번 보고서가 여러 가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담고 있지만, 새로운 통찰력을 거의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조사팀은 중간 동물 숙주 전파설을 포함한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지만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결정적인 내용을 보고서에 담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는 "WHO와 중국이 공동 조사한 보고서는 새로운 세부 사항들로 넘쳐나지만, 심오한 새로운 통찰력을 담고 있지 않다"고 혹평했다.
AP 통신도 "이 연구 결과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처음 발생했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거의 제공하지 못하며 많은 질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WHO와 공동 조사에 나선 중국 측의 자료 협조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 정부가 명백하게 그것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포함해 그 보고서에 들어간 방법론과 과정에 대해 실질적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NYT도 이번 보고서가 "외부 조사에 저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가끔은 WHO에 의한 조사를 방해하려고 했던 중국 공산당의 역할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거의 완화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사팀이 보고서에서 권고한 추가 연구에 대해 "중국이 어느 정도까지 협력할지 불분명하다"고 NYT는 내다봤다.
이에 대해 전염병 전문가들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매튜 캐버나 조지타운대 교수는 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고, 그들이 그럴 때까지 더 확고한 결론은 어려울 것"이라며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그 그룹에 있었던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데이터에 어느 정도까지 직접 접근했는지 묻고 싶다"며 "먼저 그 보고서를 읽은 다음 그들이 정말로 접근했거나 접근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사팀의 보고서가 예정보다 한 달 이상 지연된 점도 비판 거리로 꼽힌다.
WHO는 당초 조사팀의 요약 보고서가 2월 중순에 먼저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가 다시 3월 15일 주에 최종 보고서와 함께 발간될 것이라고 알린 바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결국 조사팀이 중국 우한(武漢)에서 진행한 조사가 마무리된 지 48일이 지난 30일 일반에 공개됐다.
더군다나 WHO나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든 보고서를 승인해야 할 중국 과학자 및 관료들과 공동으로 (기원 조사를) 수행한 우한 조사팀의 조사 결과와 권고 사항에 대한 발간이 지연되는 것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기원을 둘러싼 계속되는 정치적, 과학적 논란이 배경"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AP 통신은 "보고서 발표의 계속되는 지연으로 중국 측이 결론을 왜곡하려고 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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