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렐 대표…"중·러, 경제적으로 서방으로부터 독립 강화 원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서방의 압박에 맞서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중국 간 밀착 관계를 '비민주적 가치'에 기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30일(현지시간)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EU의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서방과 미국에 관해 얘기하며 아주 유사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렐 대표는 최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두 장관이 서방 국가들로부터의 기술적 독립 강화 의지를 밝히고, 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경고도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중러 양국은 서방으로부터의 독립을 강화하고 싶어 한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같은 '리그'에서 뛰는 것이 아니며 중국이 명백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에너지가 중러 관계의 중요한 요소가 됐으며 중국엔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석유와 가스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보렐은 "러시아는 EU와의 전반적 관계 긴장 등을 고려해 에너지 수출 시장을 EU 밖으로 다변화하려 한다"면서 "하지만 이는 인프라 건설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중국이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강국들과도 에너지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전적으로 러시아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보렐은 "중러 관계를 경제적 측면에서만 분석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면서 "중러 밀착은 무엇보다 민주적 가치 포기와 그들이 '내정 간섭'이라고 여기는 것들에 대한 (공동)대처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보렐 대표의 논평은 중러 양국이 미국과 EU 등의 제재와 압박에 맞서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밀착 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라브로프 장관과 왕이 부장은 앞서 지난 23일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서방은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이를 통해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주권국가가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택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다른 나라들이 인정해야 한다면서, 민주주의에 있어 표준 모델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의 홍콩·신장·티베트 문제와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투옥 등을 빌미로 한 서방의 '인권 명분' 내정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양국은 또 상호 교역 규모가 1천억 달러가 넘는 경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 달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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