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이모지 책임자 제니퍼 대니얼…엄지와 검지로 만든 '하트'도 구상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초보 엄마로서 남편이 그날 참 좋은 아빠 역할을 했다는 뜻을 담은 이모지를 보내려 했는데 양육을 하고 있는 남자 이모지가 제로(0)더라고요."
검색엔진 업체 구글의 이모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제니퍼 대니얼은 3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한 화상 인터뷰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담은 이모지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유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이모지는 전부 다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대니얼은 남자가 가슴으로 수유를 할 수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분유병으로 젖을 먹이는 남성과 여성의 이모지를 내놨다. 이 이모지는 작년 가을부터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에 적용됐다.
대니얼은 구글에서 새로운 이모지를 개발하면서 그 이모지에 성별이나 젠더, 인종에 따른 다양성과 포용성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일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친구에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여성의 이모지를 보냈는데 친구의 스마트폰에는 똑같은 제스처를 한 남성의 이모지가 뜬 것이다.
조사해보니 구글이나 삼성,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업체마다 어떤 이모지는 각기 다른 성별로 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경우 한쪽에서는 남자 좀비 이모지를 보냈는데 다른 쪽에서는 여자 좀비 이모지를 받을 수 있다.
대니얼은 "직업이나 관계, 심지어 양육까지도 고정관념으로부터 분리하기 위한 이모지를 만들고 있다"며 "젠더를 포용하는 이모지는 구글이 선도적으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는 다양한 피부색으로 된 200개가 넘는 인물의 이모지도 안드로이드에 내놨다.
대니얼은 임산부를 상징할 수 있는 배 나온 여성뿐 아니라 배 나온 남성 이모지도 만들었다. 꼭 임신이 아니라 음식을 잔뜩 먹어 배가 나온 상황 등에도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추가될 이모지로 엄지와 검지로 만든 하트 모양 이모지도 제안해뒀다. 이모지는 서로 다른 기기 간에도 호환이 되도록 업계가 공통 기준인 '유니코드'를 마련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 유니코드에 추가할 후보로 손가락 하트를 제안한 것이다.
대니얼은 이 손가락 하트가 한국에서나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에게는 사랑의 의미를 갖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돈을 뜻하거나 돈을 달라는 의미일 수 있다며, 이용자들이 다양한 맥락에서 이 이모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은 "이모지는 말로 표현된 것 이상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며 "언어의 대체물은 아니지만 이를 보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은 2016년 구글에 합류하기 전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서 비주얼 저널리스트로 일하기도 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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