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거시경제 소방수 김용범…"가장 아픈 과제 K양극화"

입력 2021-03-3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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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거시경제 소방수 김용범…"가장 아픈 과제 K양극화"
페이스북서 "작년 3월 금융시장은 공포 그 자체" 회고
330조 코로나 경제위기 대책·마스크 수급 대책 총괄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곽민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거시경제 소방수 역할을 했던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31일 야인으로 돌아갔다.
행정고시 30회로 재무부에서 경제관료를 시작한 지 34년 만이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마친 후 잠시 휴지기를 거쳐 기재부 제1차관에 임명된 지 1년 7개월여 만이다.
김 차관의 공직생활은 유독 '위기'와 관련이 많다.
가장 가까운 위기는 한국 거시경제의 사령탑인 기재부 1차관 시절에 맞은 코로나19 경제위기다.
김 차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작년 3월의 시장 상황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 휩싸인 국내외 외환·금융시장의 격렬한 움직임은 내심 어지간한 위기는 다 경험해 봤다고 생각했던 저에게도 공포 그 자체였다"고 회고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던 지난해 3월은 개별 주식이 아닌 코스피가 하루 8% 이상 급락하던 시기였다. 여기에 마스크 대란까지 터져 국민 생활도 더없이 혼란했다.
정부는 지난해 총 5차례 추가경정예산안과 330조원 규모의 대책을 퍼부었다.
135조원 상당의 금융시장 안정 패키지, 한미 통화스와프와 더불어 한국 금융시장 안정에 큰 힘이 됐다. 김 차관은 마스크 수급 대책을 총괄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김 차관이 기재부 1차관으로서 마지막 업무를 하는 날 발표된 2월 산업생산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경기 판단에 신중한 통계청마저 "경기 회복세가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1.0%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중국, 터키에 이어 3위였다. 선진국 반열에선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그는 자신의 공무원 생활을 이끈 가장 큰 원동력으로 사무관 시절인 1997년에 겪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꼽는다. 그는 "그때 기억이 너무 비참해 그때 겪은 좌절과 상처, 아픔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우리가 그런 수모를 다시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공무원으로서 역할이라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날 기재부 1차관으로 마지막 일정인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K자 양극화'를 과제로 남겼다.
김 차관은 "코로나 팬데믹 충격이 가져오는 가장 뚜렷하고 가슴 아프고 앞으로 더 무겁게 다뤄야 할 정책과제가 K자 양극화"라면서 "정부가 취약계층이 받는 충격을 어떻게든 완화하고자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충분치 않을 것이고 결국 구조적인 주름을 남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단층을 어떻게 메워 나갈지에 대해 응급 수요와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분석과 정책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pee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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