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위원소 해저 사문석과 일치…섭입 통한 표면물질 순환 입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 맨틀 깊은 곳에서 결정화한 다이아몬드의 내포물을 통해 지각의 물질이 지구 깊은 곳까지 유입되는 현상이 물리적 증거로 입증됐다.
미국 카네기과학연구소(CIS)에 따르면 이 연구소 지구물리학 실험실의 니펑 박사가 참여한 연구팀은 사문석(蛇紋石)이 지각판의 섭입(攝入) 과정을 통해 바닷물을 700㎞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를 통해 발표했다.
사문석은 감람석이 해저의 틈으로 유입된 바닷물을 만났을 때 형성되며, 해저 지각판은 대부분이 다른 지각판 밑으로 들어가는 섭입 과정을 겪는다.
섭입 과정에 있는 지각판 안의 사문석은 표면 물질을 지구 내부로 이동시키는 가장 중요한 지구화학적 경로로 추정돼왔다.
블루 다이아몬드 기원에 관한 연구나 맨틀 물질이 폭발해 형성한 해산(海山)이나 대양 중앙에 남북으로 발달한 중앙해령(海嶺) 등의 화학적 성분 등을 통해 지구 깊은 곳으로 섭입된 사문석이 존재할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를 확인해주는 증거는 없었다.
연구팀은 지구 깊은 곳에서 형성된 대형 다이아몬드의 내포물을 분석해 증거를 찾아냈다. 다이아몬드가 결정화하는 과정에서 작은 광물이 섞일 수 있는데, 이런 광물을 분석해 맨틀의 화학적 성분과 역학을 알아낸 것이다.
논문 공동저자로 참여한 미국보석학연구소의 다이아몬드 지질학자 에번 스미스 박사는 "'컬리넌'(Cullinan)처럼 상대적으로 크고 품질이 우수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아몬드 중 일부가 이런 범주에 속한다"면서 "이런 다이아몬드는 적어도 상부와 하부 맨틀 사이의 전이대 깊이인 360~750㎞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컬리넌 다이아몬드 원석은 190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광산에서 3천106.75캐럿(621.2g) 크기로 발견됐으며,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큰 다이아몬드로 알려져 있다.
다이아몬드는 특히 표면으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단단한 성질이 보호 작용을 해 다이아몬드 속 광물은 원래 성질이 변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다이아몬드 속 금속 내포물의 철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철 원자 핵의 중성자 수에 따른 가벼운 동위원소 대비 무거운 동위원소 비율이 맨틀의 일반적 광물에서보다 다이아몬드 함유물에서 더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다이아몬드 내포물이 지구 깊은 곳의 화학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내포물의 철 동위원소 비율은 대신 해저 지각판의 감람석이 사문석으로 바뀔 때 형성되는 철이 풍부한 광물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사문석이 다이아몬드가 결정화하는 수백킬로미터 지하의 맨틀 전이대까지 섭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CIS의 아나트 샤하르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오랫동안 추정만 해온 지구 깊은 곳의 순환을 확인해 주는 것으로, 표면의 광물이 맨틀로 유입돼 화학적 구성을 바꿔놓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게 해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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