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서 AZ백신 접종후 뇌혈전 사례 절반 발생 독일 4차례 접종방침 바꿔
독일 전문가 일각 "20∼29세 여성은 AZ백신 접종시 이익보다 위험 커"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권고를 바꿔 혼란을 주는 것과 사례가 발생했는데 무시하고,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 중 무엇이 백신에 대한 신뢰를 더 뒤흔들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솔직함과 투명성이 최고의 수단입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30일 60세 이상에게만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발표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답변했다.
'국민들이 연이은 방침 변경에 혼란스러워하는데, 이로 인해 AZ백신에 대한 신뢰가 더욱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었다.
독일은 AZ백신 접종 방침을 지난 1월 말부터 두달새 4차례나 바꿨다. 처음에는 임상시험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65세 미만에만 접종하기로 했다가 뇌정맥동혈전증(CVST) 사례가 계속 보고되자 중단과 재개를 거쳐 다시 60세 이상에게만 접종하기로 한 것이다. 정책을 정반대로 선회한 셈이다.
처음에 독일 정부는 AZ백신을 65세 미만에만 접종하라는 예방접종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월 초부터 18∼64세 중 백신접종우선순위상 1순위인 응급실 등 코로나19 노출 위험이 높은 의료진, 간병인 등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서둘렀다.
하지만, 이후 AZ백신 접종 후 뇌정맥동혈전증 사례가 계속 보고되자 한 달 반만인 지난 3월 15일 AZ백신의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160만회분을 접종했는데, 7명에게 뇌혈전 사례가 발생해서다. 사흘 후 이런 사례는 13명으로 늘었다. 이 중 3명은 사망했다. 13명의 사례 중 12명은 여성, 1명은 남성이었고, 이들의 연령대는 20세∼63세였다.
이후 유럽의약품청(EMA)이 뇌혈전과 AZ백신 접종간의 관련성을 명확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AZ백신에 대한 접종권고를 유지하자 독일은 지난달 19일 접종을 재개했다.
이후 젊은 여성을 위주로 뇌혈전 사례가 계속 보고되자 아래로부터 반란이 일어났다. 그사이 AZ백신 접종 이후 뇌혈전동맥혈전증 증상이 의심되는 사례는 31명으로 늘어났고, 이 중 9명이 사망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31명 중 대부분이 20∼63세 여성이었으며, 2명은 36세와 57세 남성이었다. 독일 내에서 AZ 백신을 접종받은 인원은 1차 회분은 270만 명, 2차 회분은 767명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인구가 5만8천여명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오이스키르헨시였다. 47세와 28세 여성이 잇따라 AZ백신을 접종받고, 중증 뇌정맥동혈전증에 걸려 1명이 사망하자 55세 이하 여성에 대한 접종을 중단했다.
다음날 오전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시립병원들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대학병원 6곳 중 5곳이 동참했고, 이후 베를린시와 브란덴부르크주, 뮌헨시 등은 60세 미만에 대한 백신 접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불과 반나절만의 일이었다. 독일 정부는 이날 밤 16개 주총리 회의를 거쳐 31일(현지부터) AZ백신을 60세 이상에만 접종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이와 관련, AZ백신에서 특정 연령대에 대한 위험이 발견되지 않았고, 연령제한에는 근거가 없다면서 AZ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익이 부작용 위험을 상회한다는 입장이라고 거듭 밝혔다. 유럽경제지역(EEA) 내에서 920만명이 접종을 받았는데 62명에게 뇌정맥동혈전증이 발생했다며, 이는 60세 이하를 기준으로는 10만명 중 1명의 확률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AZ백신 접종 이후 EU내 뇌정맥동혈전증 발생사례의 절반이 속한 독일의 결정은 다르다.
결국 문제는 코로나19에 걸려 중하게 앓거나 사망하거나, 장기적인 후유증을 앓을 위험과 AZ백신 접종을 받았을 때 통계적으로 매우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위험 간 저울질이라는 게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의 설명이다. 이중 백신 접종이 거의 항상 더 좋은 결정이라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독일 일각에서는 20대 여성의 경우 AZ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익이 부작용 위험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대학병원 6곳 중 5곳의 병원장은 독일 보건부에 보낸 서한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사례로 봤을 때 20∼29세 여성의 경우 AZ백신 접종을 하기에는 이익보다 위험이 크다"면서 "이에 따라 젊은 여성에게 AZ백신 접종은 지금 상황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신규확진과 백신접종이 이뤄진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까지의 사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통계적으로 20∼29세 여성이 코로나19로 10명 사망한다면, (AZ백신을 접종하면) 75명에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백신접종 합병증이 나타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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