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한일·미일 양자회의 병행…바이든 취임후 첫 대면 3자 협의
한미 정상회담 일정 조율 가능성…한일관계 개선 해법도 논의할 듯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한국과 미국, 일본의 안보실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3자 회의를 열고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양자, 3자 현안 협의에 들어갔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대면 회의를 개최했다.
미 국무·국방 장관의 지난달 15~18일 한일 순방 때 한미, 미일 간 양자 회담이 열린 적이 있지만 3국의 고위급 관리가 한자리에 모여 동시에 머리를 맞대는 것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는 오전 미일 회의를 시작으로 한미, 한일, 한미일 순으로 양자와 3자를 오가며 온종일 진행된다.
최우선 주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협의다.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미 행정부의 정책이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역행했다고 보고 지난 1월 출범 후 새로운 대북전략 수립을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했고,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
미국은 그동안 검토 진행 상황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삼갔지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외교와 제재 카드 검토,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강조해 왔다.
이번 회의는 미국이 완결 단계에 근접한 검토 상황을 양국에 설명하고 한국과 일본의 의견을 청취하며 새 대북 전략 구상을 정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북 문제 외에 중국 대응, 양자 간 현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도 진행된다.
미 고위당국자는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중 전략과 직결된 반도체와 남중국해 문제가 의제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 때 미국이 대중 견제에서 한국의 역할을 요청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반도체는 미국이 중국과 기술경쟁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품목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반도체 기술 성장을 겨냥한 각종 정책을 취해왔다. 또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칩 품귀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2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자동차 등 업계 회의를 백악관에서 소집할 정도로 신경을 쏟고 있다.
남중국해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는 핵심 전략 지역으로, 미국은 일본, 인도, 호주와 대중국 협의체인 '쿼드'(Quad) 활성화를 역점 추진하며 세 확산을 꾀하고 있다.
한미, 한일 간 양자 회의도 주목 대상이다.
한미 정상 간에 오는 6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전 첫 정상회담 개최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 회의 때 관련 논의의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일은 한국 법원의 위안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을 놓고 관계가 급랭한 상황이어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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