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탈출 루스벨트·'위대한 사회' 존슨과 닮아…정부역할·신뢰강조 공통점
그간 '작은 정부' 흐름과 달라…의회 불안한 우위도 정책추진 걸림돌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뉴딜과 위대한 사회의 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을 자신의 롤 모델로 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갈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복합적 위기 속에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의 환경이 이 두 전직 대통령이 처했던 상황과 흡사하고, 바이든 역시 이들의 정책 유산을 적극 이어받으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대공황의 극심한 고통을 앓던 1933년 취임해 '뉴딜정책'을 기치로 내걸고 정부의 과감한 지출 확대와 복지 확충 정책을 폈다. 2차 대전 중엔 다자주의 국제협력 체계의 대명사인 유엔을 구상했다. 미국의 유일무이한 4선 대통령이기도 하다.
존슨 전 대통령은 흑인 민권운동,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베트남전 찬반 논란 등 미국 사회가 큰 혼란을 겪던 1963년 취임해 '위대한 사회'를 표방하며 복지를 비롯한 과감한 진보정책을 추진한 인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지난해 미 전역을 뒤흔든 인종차별 항의시위 등 어느 대통령보다 다중적인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취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역사학자들과 2시간가량 진행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루스벨트와 존슨 전 대통령이 제시한 사례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보였다.
이 간담회에 참석한 한 역사학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 입장이 분명했다"며 "미국의 도덕적 궤적이 국내는 물론 외교정책에도 중요한 차이를 가져왔음을 절실히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참석자도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를 사랑하고 일생과 경력에서 역사를 이용해온 사람"이라며 "그는 1933년과 1965년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공황과 2차 대전을 헤쳐온 루스벨트를 본받겠다는 생각을 종종 밝혔다. 바이든 취임 후 집무실 벽난로의 중앙에 배치된 초상화도 루스벨트다.
최근에는 존슨 전 대통령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해 '위대한 사회 2.0'을 모색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바이든과 존슨은 공히 29세의 나이로 상원 의원에 당선된 뒤 나중에 자신보다 한참 어린 젊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부통령을 지냈다.
두 전직 대통령의 공통점은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함께 정부 신뢰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으로, 바이든 대통령도 이런 기조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래 1조9천억 달러의 코로나19 대응 예산안을 확보한 데 이어 2조2천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예산을 의회에 내놓는 등 천문학적 수준의 대규모 부양안 실험에 나서고 있다. 추가로 복지·보건 예산을 제시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러나 바이든의 실험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큰 정부' 구상은 존슨 전 대통령 퇴임 이후 공화당 대통령은 물론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민주당 출신 3명의 대통령조차 거리를 둘 정도로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것이라는 인식이 그동안 강했다.
바이든 대통령조차 지난달 '미국 구제 계획'을 설명하는 연설에서 자신이 구상한 정부의 패러다임 변화가 존슨 행정부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색다른 의미를 부여할 정도다.
루스벨트, 존슨 전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 다수석을 차지해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할 입법적 기반이 강고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다수석인 하원과 달리 상원은 부통령의 캐스팅보트까지 동원해야 51 대 50으로 간신히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불안한 우위를 지키고 있다.
더욱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양극화가 과거보다 심해진 상태라 타협을 통한 합의 도출이 훨씬 더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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