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공정한 이용 폭넓게 해석…구글 "차세대 개발자들에게 도움 될 것"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원이 5일(현지시간)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를 가져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구글의 손을 들어준 것은 지식재산권의 공정 이용(fair use)을 폭넓게 해석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 대법원은 이날 자바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오라클이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구글을 상대로 낸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에서 6 대 2로 구글이 승소했다고 판결했다.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구글이 가져다 쓴 자바 코드에 저작권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이용이라고 본다. 따라서 구글의 행위는 저작권법 침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식재산권의 공정한 이용은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도 지식재산권을 쓸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지식재산권이 새로운 제품·서비스의 개발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일례로 국내 저작권법도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며 저작권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미 대법원은 구글이 자바의 API(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코드를 일부 베꼈다면서도 이는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구글이 베낀 자바 API 코드가 총 286만줄에 달하는 전체 API 코드의 0.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쟁점이 된 API 코드를 차의 속도를 높이도록 하는 가속 페달, 또는 현재 표준 키보드로 쓰이는 'QWERTY' 키보드에 비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PI란 미리 작성된 컴퓨터 코드의 뭉치로, 프로그래머는 이를 이용해 앱이나 프로그램, 또는 웹사이트들이 서로 통신하도록 할 수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이 아닌 다른 웹사이트에서 페이스북 아이디로도 로그인할 수 있는 것은 페이스북이 로그인 API를 공개한 덕분이다.
오라클은 2010년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 1만1천줄이 넘는 자바 API 코드를 불법적으로 베꼈다며 그 피해에 따른 보상금으로 90억달러(약 10조원)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안드로이드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스마트폰 OS로, 전 세계적으로 20억대가 넘는 모바일 기기에 탑재돼 있다.
경제매체 CNBC는 이번 소송이 "미국 저작권법 아래에서 어떤 종류의 컴퓨터 코드가 보호받는지를 둘러싼 역사적인 분쟁으로 여겨졌다"고 짚었다.
10년 넘게 진행된 소송은 정보기술(IT) 업계는 물론 지식재산권에 크게 의존하는 영화·음악·출판 다른 산업계에도 큰 관심사가 돼 왔다고 WSJ은 전했다.
이들 영화·음악·출판업계는 구글의 공정 이용 주장에 우려를 나타내며 오라클을 지지하는 변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터넷 업체들은 구글의 편에 섰다. 후속 기술의 개발과 프로그램 간의 상호 운용성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을 어느 정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WSJ은 다만 대법원이 이번에 API 코드가 지식재산권 보호의 대상이 되느냐 하는 더 포괄적인 법적 쟁점은 비껴갔다고 지적했다.
브라이어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적·경제적 환경, 그리고 사업과 연관된 환경을 고려할 때 이번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에 답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오라클은 판결 뒤 "구글은 자바를 훔쳤고 독점기업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10년간 송사를 벌였다"며 "이런 행위는 정확히 전 세계와 미국의 규제 당국이 구글의 사업 관행을 조사하고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반면 구글은 이번 판결이 "소비자와 상호 운용성, 그리고 컴퓨터 과학의 승리"라면서 "이번 결정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줄 차세대 개발자들에게 법적 확실성을 준다"고 주장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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