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수사기관, 범죄혐의 없는 기자 도청…언론자유 침해 반발

입력 2021-04-0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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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수사기관, 범죄혐의 없는 기자 도청…언론자유 침해 반발
난민 구호단체 수사 과정서 최소 7명 도청…취재원도 공개돼 파장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수사당국이 자국 취재 언론인들의 휴대전화를 불법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현지 일간 '도마니'에 따르면 이탈리아 수사기관은 2017년께 지중해 '보트피플'과 관련해 국제구호단체와 리비아 소재 유럽 이주 알선업자 간 공모 의혹을 수사했다.
구호단체가 리비아 알선업자들과의 협의 아래 유럽 이주 희망자들을 지중해로 향하는 보트에 태워 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당시는 지중해에서 구조된 이주민들의 행선지를 둘러싸고 구호단체와 이탈리아 정부 간 갈등이 고조되던 때였다.
그런데 이 수사 과정에서 구호단체를 취재하던 언론인들의 휴대전화가 도청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현지 검찰이 지난달 초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국경없는의사회(MSF) 등을 관련 혐의로 기소하면서 제출한 수사 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도청을 당한 언론인은 최소 7명이며, 수백 쪽에 달하는 녹취에는 기자와 구호단체 관계자 간 대화 내용이 상세히 기록됐다.
일부 기자는 여러 날에 걸쳐 도청을 당했으며, 그 과정에서 주요 취재원 이름 등 개인정보까지 수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특정 언론인의 이동 경로까지 파악한 정황도 있다.
이탈리아 언론노조는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언론 자유 침해 사건이라며 언론인 도청을 승인한 윗선이 누구인지 공개하라고 당국에 요구했다.
특히 언론의 생명인 취재원 보호 윤리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의회 최대 정당 오성운동(M5S) 소속 프리모 디 니콜라 상원의원은 "도청이 기자의 취재원을 드러내려는 목적이었다면 매우 중대한 일"이라며 "취재원 보호는 기자 직무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참에 수사당국의 무분별한 도청 행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범죄 혐의와 무관한 언론인들이 대거 도청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과 인권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이탈리아 역사상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 출신인 마리아 카르타비아 법무장관은 언론인 불법 도청 의혹의 심각성을 감안해 즉각적인 자체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해당 수사기관은 기소된 구호단체 혐의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녹취 부분을 즉각 폐기하겠다고 밝혔다고 6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보도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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