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선 1차 투표…선두권 5∼6명 후보 각축에 결선투표 확실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최근 3∼4년간 남미 페루 정치권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과 임시 대통령의 중도 사임, 국회 해산, 대규모 시위까지 굵직굵직한 사건이 이어졌다.
오는 11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선 이러한 정치권 혼란을 지켜보며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염증을 한껏 키운 페루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할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선거를 나흘 앞둔 7일 현재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무려 18명의 후보가 완주를 앞두고 있는데 5∼6명의 후보가 고만고만한 지지율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선두인 요니 레스카노(62) 후보의 지지율도 10% 안팎에 그친다. 민중행동당 후보인 레스카노는 변호사 출신의 4선 의원으로, 포퓰리스트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소토(79)와 좌파 여성후보 베로니카 멘도사(40),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인 게이코 후지모리(45),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의 조지 포르사이트(38), 기업인 출신 라파엘 로페스 알리아가(60) 등이 10% 미만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페루 대선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면 바로 당선이 확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 양자대결을 치른다.
지지율이 50% 근처에도 가는 후보가 없기 때문에 6월 6일 결선은 사실상 확정적이지만, 어떤 후보들이 결선에 갈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이처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대선 상황은 기성 정치에 대한 높아질 대로 높아진 불신과 무관하지 않다.
페루는 생존 전직 대통령의 대부분이 부패 혐의를 받을 정도로 정치권의 부패가 뿌리 깊은 상황이다.
직전인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도 2018년 부패 스캔들로 탄핵당했다.
부통령으로서 자리를 승계한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도 부패 의혹 속에 지난해 9월 탄핵을 맞았다.
당시 페루 여론은 더 부패한 국회가 무리하게 대통령을 축출했다는 반감이 지배적이어서 비스카라 전 대통령의 탄핵은 대규모 시위 사태로 이어졌다.
시위 과정에서 사상자까지 나오자 비스카라 전 대통령의 뒤를 이었던 마누엘 메리노 전 대통령도 닷새 만에 물러났고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대통령이 임시 대통령을 맡아 지금까지 페루를 이끌고 있다.
지난 2월 불거진 '백신 스캔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더욱 증폭시킨 계기가 됐다.
그나마 부패하지 않은 정치인 이미지였던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탄핵 전 은밀히 백신을 맞은 사실이 드러나 배신감을 안겼다.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인식이 더 퍼졌고, 이는 이번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난 4일 발표된 페루 일간 라레푸블리카와 여론조사기관 IEP의 대선 전 마지막 조사에선 응답자의 28%가 아무도 뽑지 않겠다고 답했고, 어떤 후보의 지지율도 10%를 넘지 못했다.
페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호되게 겪는 점도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반감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인구 3천300만 명 페루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160만 명에 육박하고, 지난해 경제는 11% 이상 후퇴했다.
페루 정치 분석가 페르난도 투에스타는 로이터통신에 "페루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신물 난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페루 선거에서는 국회의원 130명과 안데스의회(페루, 볼리비아, 콜롬비아, 칠레, 에콰도르 5개국으로 이뤄진 의회) 의원 5명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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