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 무역장벽·민족주의자 코로나 규정 위반 등에 분노
경찰관·기자도 공격…존슨 총리는 대화 통한 해결 강조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영국에 계속 잔류하기를 원하는 연방주의자들의 폭력시위가 엿새째 계속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벨파스트 서부 '평화의 벽' 인근 샨킬로드에서 연방주의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곳은 연방주의자 거주지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통합을 주장하는 민족주의자 거주지의 경계선이다.
평화의 벽은 연방주의자(신교)와 민족주의자(구교) 간 충돌을 막고자 북아일랜드 곳곳에 설치된 장벽을 말한다.
이날 시위대는 운행 중인 버스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내기도 했다.
트위터에 도는 영상을 보면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젊은이들이 서행하는 버스 안으로 여러 번 화염병을 던졌다. 화염병을 던진 이들 가운데는 어린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시위대는 경찰에 돌을 던지고 취재하던 사진기자를 공격하기도 했다.
북아일랜드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경찰관 41명이 시위 탓에 부상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폭력행위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시위대가 경찰관과 언론인, 버스기사 등을 공격한 것을 특히 우려한다고 밝히면서 "차이는 대화로 해결해야지 폭력이나 범죄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알린 포스터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도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라면서 폭력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과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Sinn Fein)당 역시 시위대의 폭력을 비난했다.
이번 시위는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에 '무역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연방주의자 사이에서 커지는 가운데 벌어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해 말 실질적 브렉시트(Brexit)를 단행한 영국은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했다.
그러나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국경을 접한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협약(Northern Ireland Protocol)에 따라 계속해서 EU 단일시장에 남게 됐다.
이에 따라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상품이 건너갈 때 기존에 없던 통관과 검역절차가 적용된다.
영국과 EU는 다만 브렉시트 초기 혼란을 피하기 위해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건너가는 식료품에 대해서는 당분간 통관검사를 유예하기로 했다.
당초 지난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가 우려가 계속되자 영국은 이를 10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EU는 자신들과 합의한 종료 시점을 영국이 일방적으로 미룬 점을 비판하면서 즉각 법적 조처에 착수했다.
북아일랜드가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단일시장에 남게 된 것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에서 통제가 엄격해지는 '하드 보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영국 스카이 뉴스는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통제가 엄격해졌을 때 민족주의자 쪽이 폭력행위를 벌일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연방주의자들이 폭력행위를 벌일 것으로 생각한 이들은 적었다"라고 설명했다.
시위대는 브렉시트로 인한 본토와의 교역장벽 외에 지난해 신페인당 당원들이 장례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한조치를 위반했음에도 경찰이 이를 처벌하지 않은데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다.
스카이 뉴스는 이번 시위에 참여한 젊은층 다수가 1998년 '성금요일 협정'(벨파스트 평화협정) 이후 태어났다고 전했다.
이 협정은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버티 아언 아일랜드 총리 중재로 북아일랜드 신·구교가 체결한 평화협정이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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