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서로 군사력을 과시하는 무력 시위성 활동을 벌였다.
미국 태평양함대는 7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알레이버크급 미사일 구축함인 존 S. 맥케인함이 이날 국제법을 바탕으로 대만해협 내 국제 수역을 지났다고 밝히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태평양함대는 "이번 통과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준다"며 "미군은 계속해서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비행하고 항해하고 작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지난 1월 이후 미군 함정이 중국이 자국의 앞바다로 간주하는 대만해협을 지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매달 한 번 꼴이다.
과거 미군 함정은 기껏해야 일 년에 한 번 정도만 대만해협을 지났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중 갈등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군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는 거의 월례 행사로 굳어졌고 바이든 행정부도 이런 기조를 유지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미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유사 상황 시 미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행동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대만해협을 관할하는 중국군 동부전구는 7일 늦은 밤 낸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미국의 이번 움직임은 대만 독립분자들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지역의 정세에 간섭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방어와 경비를 강화하는 가운데 모든 위협과 도발에 대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은 전날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J-10 전투기 8대, J-16 전투기 4대, Y-8 대잠초계기 1대, KJ-500 조기경보기 2대 등 총 15대의 군용기를 들여보내는 대규모 공중 무력 시위에 나섰다.
공중 무력 시위에 동원된 군용기 규모는 최대였던 지난달 26일 20대 이후 가장 많았다.
사실상 정례화된 미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에 중국이 이처럼 대규모 무력시위로 맞불을 놓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거친 설전으로 끝난 알래스카 회담 이후 부쩍 험악해진 미중 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대중 압박의 일환으로 적극적인 대만 지지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잇따라 피력하자 중국은 랴오닝(遼寧) 항공모함 전단을 대만에 접근시키는 등 해상과 공중에서 대만을 거칠게 압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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