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용원 전무 관리인 의견조회…공개 매각시 HAAH도 참여할 듯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생사기로'에 놓인 쌍용차[003620]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가 이번 주중에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협상 대상자인 HAAH오토모티브를 비롯해 6∼7곳이 인수 의향을 밝힌 가운데 법원은 일단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속도를 내 조기졸업을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11일 업계와 법원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9일 쌍용차 기업회생절차 관리인 선임을 위해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을 단수 후보로 정해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와 채권자협의회에 의견을 조회했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이 투자 유치 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며 제3자 관리인 선임이 불가피해진 데 따른 절차다. 법원은 대표이사가 아닌 경영진은 제3자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르면 지난주 중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됐던 법원의 회생 개시 결정도 미뤄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HAAH오토모티브에 미련을 둔 쌍용차가 회생절차 개시를 늦추기 위해 예 사장의 사임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 전무 역시 그동안 예 사장과 함께 매각 협상을 주도해 온 만큼 협상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쌍용차 노조는 예 사장의 관리인 선임에 반대하며 정 전무를 선임해달라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회생파산위원회와 채권단협의회에서 의견서를 제출하면 서울회생법원은 정 전무를 관리인으로 선임하고, 이르면 12일 쌍용차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가 2011년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 만에 도로 법원의 손에 생사를 맡기게 되는 셈이다.
이후 채권 신고와 조사위원 조사, 회생계획안 제출 등의 절차가 이어진다.
조사위원은 기업 실사 등을 통해 쌍용차의 채무 등 재산 상황과 회생 가능성 등을 평가해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지게 된다.
현재 쌍용차의 채무 등만 따지고 보면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지만 2만 명의 일자리 등을 고려하면 청산보다는 존속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따라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통해 새 투자자를 확보하고 유상증자 등 투자계획을 반영한 회생계획안을 만드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공개 매각을 진행하면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인 에디슨모터스를 비롯해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로 알려진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쌍용차 인수 의향을 드러낸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6∼7곳이 쌍용차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나머지 업체들의 자본력과 인수 의지 등이 제대로 검증이 안 된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HAAH오토모티브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HAAH오토모티브의 인수 의지가 유효한데다 법원의 회생 절차를 거치며 쌍용차가 몸집을 줄이게 되면 투자자를 설득하기도 더 쉬울 것"이라며 "다만 노조가 인력 구조조정에는 반대하는 만큼 생산 효율을 높이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등의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 매각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유상증자 등의 투자 계획과 채무 조정 등이 담긴 회생계획안이 제출되면 법원은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채권단에 묻게 된다. 채권단이 동의해야 법원이 이를 토대로 회생계획안을 인가하게 된다.
쌍용차 협력업체 250여 곳으로 구성된 쌍용차 협동회는 12일 임원단 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공식 해체하고, 기업회생 절차 돌입에 따른 채권단 구성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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