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오세훈, 재건축 빅딜론 부상…타협 가능할까

입력 2021-04-10 05:30  

정부-오세훈, 재건축 빅딜론 부상…타협 가능할까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서울 도심 주택 공급 방식을 놓고 생각이 전혀 다른 정부와 오세훈 시장이 각자 '마이웨이'를 고집할지 아니면 타협점을 찾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에서 정부는 공공 주도, 오 시장은 민간 주도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 발목을 잡을 경우 어느 쪽도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오 시장이 단기간에 많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생각은 서로 일치하는 만큼 대화와 타협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 샅바싸움 예상되지만 타협점 모색할 듯
오 시장은 지난 8일 SBS 방송과 인터뷰에서 핫 이슈인 서울 도심 대단지 재건축 문제와 관련 "너무 서두르다가 또 동시다발적으로 많이 하다가 주변 집값을 자극해서 오히려 시민 여러분께 누를 끼칠 가능성도 있고 해서…신중하지만 신속하게 하겠다"고 원칙을 밝혔다.
이는 유세 과정에서 취임 즉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한 발언과는 뉘앙스가 다르다. '신속' 일변도에서 '신중과 신속'을 모두 중시하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간 것으로 읽힌다.
시장 상황, 여론 등을 지켜보면서 동시다발적이 아닌 순차적으로 주요 단지의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재건축 문제를 잘못 건드렸다가 집값이 급등할 경우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공약 관철을 위해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 마련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정부 역시 오 시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흔들림 없는 부동산 정책 추진을 강조하면서도 "주택공급은 후보지 선정, 지구 지정, 심의·인허가 등 일련의 행정 절차상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는 오 시장을 향해 '무소의 뿔'처럼 자기주장만 고집할 게 아니라 부동산시장 안정과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지향점은 결코 다르지 않은 만큼 머리를 모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 시장이 '신중'을 언급하고, 홍 부총리가 '단독'이 아닌 협력을 강조하면서 대화의 토대는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교수는 "정부와 서울시, 구청 간 개발 인허가권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한 쪽에서 다리를 잡으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양쪽이 모두 공급 확대에는 뜻이 일치하고 있어 상생·협업의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층높이 제한·안전진단 완화 접점 가능"
정부는 2·4 대책에서 민간의 참여를 배제한 채 공공 주도로만 서울에 32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고, 오 시장은 36만호 공급 공약 가운데 18만5천호를 스피드 있는 민간 주도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양쪽은 다 마음이 급하다. 충분한 주택 공급을 통해 당장 발등의 불인 집값 불안을 잠재워야 하는 데다 대통령선거는 1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와 오 시장 모두 말이 아닌 '구체적 성과'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자기 방식만 고집하다가는 정부의 공공 주도나 오 시장의 민간 주도는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다.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공공 재개발·재건축이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가장 공을 들이는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은 오 시장의 협조 없인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오 시장이 내세운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도 정부는 물론 여당 천하인 시의회, 구청장, 구의회, 국회의 벽을 넘어야 가능하다.
서로 갈등만 하면서 허송세월하다가 집값이 요동칠 경우 부동산 민심이 다시 들끓어 오를 수도 있다.
따라서 오 시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개발을, 정부는 오 시장의 민간 주도 재건축을 용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여당 박영선 후보가 층고제한 완화는 물론 강남 재건축의 경우 꼭 공공주도 형태만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던 만큼 여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공공 또는 민간 개발만으로 단기간에 30여만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지역과 여건에 따라 두 가지 모두를 효과적으로 동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정부의 측면 지원이 필요한 도심 정비 등 재개발이나 소규모 재건축은 공공이 주도하되 사업성이 있는 대규모 재건축은 층고제한이나 안전진단 규제를 풀어 민간 주도로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면서 "기부채납 비율 상향 등으로 공공 분양이나 임대 물량을 좀 늘리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대중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에서 정부가 후퇴할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재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접점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im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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