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국방장관 회동…바이든 각료 첫 이스라엘 방문
핵합의 반대해온 이스라엘 껴안고 협상 지렛대 활용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지속적이고 철통같은" 미국의 헌신을 재확인했다.
오스틴 장관은 텔아비브에서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만난 뒤 이같이 말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노력에 비판적인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2015년 타결된 핵합의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당시 오바마 미 행정부와 소원한 관계를 보였다.
반면 이스라엘은 2017년 당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17년 핵합의를 탈퇴하자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합의 속에서 비밀리에 핵무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핵합의 무용론을 펼쳐왔다.
오스트리아에서 핵합의 복원을 위한 첫 회담이 열린 지난 6일에는 홍해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상 거점으로 활용된 이란 선박이 폭발물 공격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공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이스라엘이 배후라면 핵합의 협상에 물리적으로 강경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더구나 오스틴 장관이 이스라엘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에는 이란 나탄즈의 핵시설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배전망에 문제를 일으켰다.
사고는 이란 정부가 나탄즈의 핵시설에서 새 개량형 원심분리기 가동 행사를 연 다음 날 일어났다.
새 원심분리기는 핵합의에서 사용이 금지된 것으로, 이란이 핵합의 복원 협상에서 미국에 압박의 수위를 높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란 정부는 이번 사고를 "핵 테러 행위"로 규정했지만, 아직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간츠 장관은 오스틴 장관과의 회담 후 성명을 통해 "현재 이란 정부는 국제 안보, 중동 전 지역, 이스라엘에 전략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이란과의 새로운 협정이 미국과 세계의 중요한 이익을 확보하고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지역의 군비 경쟁을 막을 수 있도록 동맹인 미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츠 장관은 핵합의 복원 협상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7일 핵합의 복원 추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핵합의를 놓고 "극단주의 정권과의 이런 협상은 가치가 없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했다"면서 "우리에게 핵합의 의무를 지울 수 없고, 우리를 파멸하려는 사람들을 찾아내 제지하는 게 우리의 유일한 임무"라고 말했다.
텔아비브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의 요엘 구잔스키 선임연구원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내각의 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미 행정부는 핵합의 복원 협상에 대한 이스라엘과 다른 동맹국들의 우려를 듣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유대인국가안보연구소(JINSA)의 마이클 마코브스키 소장은 최근 핵합의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오스틴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이 시의적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을 끌어안는 것은 이란을 상대로 신뢰할만한 군사적 선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이란에 보낸다"면서 "미국이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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