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자투표 요건 강화에 유색인종·빈곤층 투표 어려울 것"
트럼프, 해당 기업 불매운동 독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미국에서 주별로 부재자투표 행사 요건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자 일부 기업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100여 기업의 최고운영자와 경영진이 10일(현지시간) 온라인 회의를 열어 선거법 개정 반대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델타항공과 스타벅스, 타깃, 리바이 스트라우스, 링크트인 등 주요 항공사, 소매업, 제조 공장 대표, 프로풋볼(NFL) 구단주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법안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찬성한 정치인에 후원금 기부를 중단하거나 법 개정 움직임이 있는 지역에는 투자를 늦추는 등의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조지아주에서 우편 부재자 투표 시 사진이 포함된 신분증을 제출하도록 하고, 부자재 투표 신청 기한 단축과 투표함 설치 장소 제한 등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킨 데서 촉발됐다.
앞서 조지아에 기반을 둔 코카콜라와 델타항공은 법 개정 전 수정을 요구했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러한 선거법 개정은 조지아주뿐 아니라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분 확인 절차 강화를 포함해 개정된 선거법이 5건이며, 24개 주에서 55건의 법률안이 논의 중이라고 WP가 전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편 부재자 투표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게 결정적 계기였다.
이날 온라인 회의는 합의된 결론을 내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표법 개정에 재계가 반감을 표출한 만큼 단순히 조지아주에서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WP의 설명이다.
심지어 메이저리그(MLB)는 법안 선거법 개정을 이유로 올해 여름 조지아에서 예정됐던 올스타 경기를 콜로라도로 옮기기로 했다.
기업인 회의를 주도한 예일대 경영대학원 제프리 소넨펠드 교수는 "잘못된 가정을 근거로 선거법을 개정하고 있으며,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개별적으로 목소리를 낸 기업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이번 회의의 목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번 문제가 정파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침해한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고 WP는 보도했다.
공화당 진영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지지자들에 코카콜라, MLB, 델타항공, 씨티그룹, 비아콤CBS, UPS 등에 대한 불매 운동을 독려했다.
이들 기업이 조지아주의 법 개정으로 유색인종과 빈곤층의 투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재계를 향해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라고 경고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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