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되자마자 술집·미장원 등 오픈…새벽부터 상점 앞에 긴 줄
아침 함박눈 맞으며 야외 식사…거리두기 규정 준수 당부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주요 지역이 영하의 기온에 눈까지 오며 궂은 날씨였지만 석달여 만에 허용된 일상을 누리려는 열기는 식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로 인해 올해 1월 5일 이래로 닫혔던 상점, 술집, 식당, 미장원, 놀이공원이 12일(현지시간) 드디어 문을 열었다.
술집과 식당은 아직 실내 영업은 막혀있지만 야외에서라도 즐기려는 이들은 밤부터 모여들었고 일부 술집은 자정이 되자마자 손님을 받았다.
BBC와 스카이뉴스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코벤트리 지역의 한 술집은 100명 이상이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선 모습이 소셜 미디어에 올라와 거리두기 규정 위반 관련해서 구청 조사를 받게 됐다.
런던의 한 식당은 아침 8시에 이미 100명이 찾아왔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함박눈을 맞으면서 식당 야외석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사진도 심심찮게 올라왔다.
그동안 온라인 주문만 가능했던 옷가게와 신발가게 앞에는 개점 전부터 인파가 몰렸다.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스포츠용품 가게에선 아침 7시30분에 문을 열자 사람들이 앞다퉈 뛰어 들어갔고 근처 다른 가게에선 줄을 세워놨다.
노팅엄의 한 프랜차이즈 옷가게 앞에 기다리던 몇몇은 남들보다 일찍 오려고 새벽 5시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백화점 존 루이스는 개점 후 2시간 동안 와인과 샴페인 관련 제품과 선물 포장봉투 등이 많이 팔린 데서 볼 때 손님 초대 준비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장원과 이발소에도 길게는 작년 코로나19 사태 시작 후 1년여 만에 처음으로 머리 손질을 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미장원도 자정부터 문을 연 곳들이 있다. 런던 첼시의 한 미장원은 예약이 3천명에 달해서 아침 6시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발소 앞에는 머리를 깎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일부러 연출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부스스한 모습이던 보리스 존슨 총리도 드디어 이날 아침 이발을 했다. 존슨 총리는 술집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필립공 별세로 이 일정을 취소했다.
봉쇄가 조금 풀리면서 한편으론 힘들게 찾은 안정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UCL 대학의 크리스티나 페이절 교수는 직원들이 얼굴 가리개는 보조 도구인데 마스크 대신으로 쓰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존슨 총리는 상점 개점은 자유를 향한 "주요한 단계"라면서 책임감 있게 행동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에 코로나19 관련 과학적 모델링 결과를 제시하는 SPI-M(Scientific Pandemic Influenza Group on Modelling) 소속의 워릭대 마이크 틸더즐리 박사는 타임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식으로든 봉쇄를 풀면 "위험은 높아진다"며 "감염이 늘어날 수도 있으므로 규정을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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