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삼성전자[005930]와 KB금융[105560] 등 주요 상장기업들이 이달 대규모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에 상승 압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받아 본국에 역송금하려는 수요 때문에 이달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16일 기존 결산 배당금에 특별 배당금을 더해 주당 1천932원씩 총 13조1천243억원을 주주들에게 나눠준다.
이 중 외국인 투자자가 가져가게 될 배당금이 약 7조7천여억원에 달한다.
KB금융은 12일 주주들에게 총 6천897억원을 배당했다. 이 중 외국인에게 약 4천638억원이 돌아갔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이날 주당 1천350원을 주주들에게 나눠준다. 외국인에게 배당될 규모는 약 2천619억원이다.
신한금융은 앞서 지난 9일 외국인에게 4천819억원을 배당했다.
대규모 배당은 원/달러 환율에 상승 압력을 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로 받은 배당금을 본국에 보내기 위해 달러로 바꾸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9일과 12일, 2거래일간 모두 7.7원 뛰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삼성전자 배당일은 16일이지만, 거래자들은 이미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거래를 하고 있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이에 따른 움직임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외국인 배당금이 모두 역송금되지는 않고 일부는 재투자되지만, 최근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신흥국 주식시장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며 "이를 고려하면 역송금 영향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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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기업 배당은 한국의 경상수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배당 역송금은 본원소득수지 중 배당지급으로 집계된다. 배당으로 외국에 보내는 자금이 많아지면 배당지급도 늘어나 경상수지에 적자 압력을 준다.
배당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달성하려면 배당수지 적자를 상쇄할 만큼 상품수지 흑자가 커야 한다.
앞서 배당 영향 때문에 2019년 4월과 작년 4월 두 차례 연속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원화 가치,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역송금이 당장 이뤄질지 또는 늦춰질지가 달라지기에 배당이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일괄 추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배당을 예전보다 많이 받으면 당연히 나갈 금액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영향은 4월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민 연구원은 "'배당 시즌' 한 달 동안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을 보면 최근 2년간 두 자릿수 상승을 보였으나, 당시에는 무역분쟁이나 코로나19 발병 등 다른 요인도 있었다"며 "달러당 1,120원 중반부터는 중공업 수주에 따른 달러 매도도 나오고 있어 올해는 두 자릿수 상승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 연구원은 "현재 환율에는 미국 국채금리 움직임 등 다른 요인도 영향을 주고 있고 이날 밤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주목할 만한 이슈다"라며 "배당은 현재 일회성 요인"이라고 말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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