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 이어 당 총서기도 물러날 듯
통화제도 변경 등으로 쿠바 최악의 경제난…정치권 변화에 주목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89) 공산당 총서기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로써 카스트로 형제 통치 시대가 저물고 본격적으로 혁명 후 세대가 쿠바 정계를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쿠바 공산당 제8차 전당대회에서 라울 카스트로 총서기가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산당 총서기는 쿠바 정치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후임 총서기는 미겔 디아스 카넬(60) 대통령 겸 국가평의회 의장이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라울 카스트로 총서기는 국가수반인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함께 맡다가 지난 2018년 의장직은 카넬 당시 수석부의장에게 넘겼다.
2011년부터 맡아온 총서기직마저 넘기면 사실상 라울 카스트로 총서기가 정계 전면에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라울 카스트로 총서기는 1959년 쿠바 혁명 정부를 세운 뒤 47년간 집권한 형 피델 카스트로(2016년 사망)가 2006년 건강상 이유로 국가평의회 의장직에서 물러나자 임시로 뒤를 이었다. 2008년 공식적으로 의장직에 오른 뒤 사실상 쿠바의 최고 권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dpa 통신은 라울 총서기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쿠바에서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카스트로라는 성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지도자 자리에 오르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쿠바의 유일한 정당인 공산당의 이번 8차 전당대회 공식 의제는 크게 3가지로, 카스트로 총서기 후임 선정, 2011년 전당대회에서 설정한 경제정책 및 목표 검토, 당 정치적 작업에 대한 분석 등이다.
총서기 교체가 당 간부진의 전면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는 쿠바가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가장 어려운 경제적 위축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열려 주목된다.
쿠바는 2011년 전당대회에서 민간 주도권 강화, 사유재산 확대 방안 등 300여 개의 경제 개혁 과제를 발표하면서 수십 년간의 국영 사회주의 경제 체제에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아직도 대부분의 계획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쿠바는 특히 지난 1월 이중통화 제도를 폐지하고 단일통화제로 돌아간 뒤 몇몇 품목의 물가가 500% 급등하는 등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통화제도 변경으로 인한 물가 상승의 충격을 덜기 위해 국영기업 임금과 연금 수령액을 인상하고 최저임금 역시 올렸지만 생필품과 의약품 등의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노동자와 비공식 경제 부분에서는 이같은 임금 인상 혜택마저 보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 당시 도입된 제재는 경제적으로 숨통을 트여줄 수 있는 해외로부터의 송금 등에 대한 접근권을 대폭 축소했다.
일각에서는 개혁·개방에 긍정적이며 실용주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카넬 의장이 당 총서기직에 오르더라도 급격한 변화는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쿠바 공산당이 주민들의 삶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부를 위해서만 일하고 있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라울 카스트로 총서기가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해 카스트로 총서기가 전환기 동안 어떻게,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카스트로 총서기가 총서기직은 내놓더라도 당 총정치국에서의 역할은 유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싱크탱크 인터-아메리칸 다이얼로그의 마이클 시프터 소장은 이번 총서기 교체가 "단순히 젊은 사람을 그 자리에 선임하는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시스템을 변화하려는 것"이라며 "몇몇 분파에서 그러한 압력이 있지만 이에 대한 저항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30년 만의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전당대회가 지켜보기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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