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법당국, 탈세·돈세탁 등 혐의 체포영장 발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교황청의 영국 고급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며 부당 수익을 챙긴 의혹을 받는 금융 브로커가 탈세 등 혐의로 이탈리아 당국의 수사선상에도 올랐다.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사법당국은 12일(현지시간) 영국에서 활동하는 금융 브로커 잔루이지 토르치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혐의는 허위 영수증 발급을 통한 조세 포탈과 돈세탁 등이다.
다만, 토르치가 현재 영국에 생활하고 있어 영장이 집행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토르치는 교황청 관료조직의 정점인 국무원이 주도한 영국 고급 부동산 거래 과정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2018년 영국 첼시 슬론 에버뉴 지역 부동산 매입을 위한 마지막 협상을 앞두고 교황청에 고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당 부동산과 관련해 교황청을 속여 1천500만 유로(현재 환율로 약 200억 원)를 받아 챙긴 혐의로 바티칸 사법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작년 6월 횡령·재물 부당취득·사기·돈세탁 등 혐의로 바티칸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되기도 했다.
교황청의 부동산 투자는 오랫동안 이뤄진 수익 활동의 하나지만, 해당 거래에는 전 세계 신자들의 성금으로 조성되는 '베드로 성금'이 종잣돈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 부동산 매입에 투자된 금액은 3억5천만 유로(약 4천685억 원)에 달한다.
부패 근절을 위해 금융·재정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관련 사안을 직접 보고 받고 챙길 정도로 관심을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황은 의혹이 불거진 뒤인 작년 9월 해당 부동산 투자 건에 관여하고 베드로 성금을 전용·낭비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젤로 베추 추기경을 교황청 시성성(순교자·증거자의 시복·시성을 담당하는 부처) 장관직에서 전격 경질하며 어떠한 부정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해 12월에는 국무원의 교회기금 관리 권한을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의 교서(Motu Proprio)를 발표하며 부패를 막기 위한 구조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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