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중 장난감 주워 딸에게 건네기도…슈머 "영원히 빚졌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에 이어 두 달 만에 또다시 의회 경찰관의 순직 앞에 고개를 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열린 윌리엄 에번스 경관의 추모식에 참석해 그의 희생을 기렸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에번스 경관은 지난 2일 의사당 검문소를 차로 들이받고 흉기를 휘두른 20대 남성의 난동으로 크게 다쳐 병원에 후송됐으나 숨졌다.
에번스는 18년간 의사당을 지켜온 베테랑 경관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여러분을 미소 짓게 할 기억을 갖는 날이 오길 기도한다"며 "꼭 그날이 올 것이라고 약속한다. 시간이 좀 걸릴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족을 바라보며 "여러분의 아들, 남편, 형제, 아빠는 영웅이었다"며 "그는 여러분의 일부였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첫 부인과 딸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아들 보가 뇌암으로 사망한 사실을 꺼내며 "서로 함께 껴안으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의 경찰 모자를 쓰고 있는 에번스의 아들에게 큰 동전을 건네기도 했다.
추모식이 진행되는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이 바닥에 떨어진 의사당 돔 모양의 미니 장난감을 직접 주워 에번스의 딸에게 전해주는 모습도 목격됐다.
그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추모사를 하는 동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장난감을 주워 딸에게 건넸고, 이에 펠로시 의장은 "미국 대통령이 여러분의 장난감을 챙겨 주는 것보다 더 큰 경의는 없다"고 말해 유족이 잠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에번스가 의사당을 지키려 목숨을 바친 영웅들의 사원에 합류했다고 언급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추모사에서 에번스의 자녀 이름을 부르며 "우리가 너희들의 아버지에게 영원히 빚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번스 경관의 관은 추모식이 열린 의사당 로툰다홀 한가운데 놓였다.
미국에서는 의사당에 관을 공개적으로 두는 추모행사는 의회가 숨진 민간인을 위해 하는 가장 높은 명예 중 하나다. 1998년 이런 관례가 만들어진 후 지금까지 4명의 의회 경관을 포함해 6명 만이 그런 대우를 받았다.
여기엔 지난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 당시 폭도들에 의해 숨진 의회 경찰 브라이언 시크닉도 포함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에도 의회를 찾아 그를 추모했다.
honeyb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