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부인에도 업계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유효"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SK텔레콤[017670]이 14일 기업 분할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SK그룹은 SK텔레콤의 중간 지주사 전환이라는 지배구조 개편 과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토대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파이낸셜 스토리'를 가속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텔레콤은 이날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SKT 존속회사)와 ICT투자전문회사(SKT 신설회사)로 인적 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내 1위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해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구조와 투자기반을 갖춘다는 취지다.
업계 안팎에서는 작년 말 그룹 인사에서 최 회장의 최측근이자 '전략형 참모'로 꼽히는 박정호 부회장이 SK텔레콤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며 SK하이닉스[000660] 부회장을 함께 맡자 SK텔레콤의 중간 지주사 전환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SK그룹은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 회장은 이달 5일 기준으로 SK㈜ 지분 18.29%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M&A)을 하려면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해 그동안 투자를 확대하는 데에 제약이 있었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SK텔레콤의 신설 투자전문회사와 SK㈜가 합병해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만드는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다만 이날 발표에서 SK텔레콤은 "(신설회사와 SK㈜의) 합병 계획이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신설회사와 SK㈜의 합병 가능성을 남겨둘 경우 신설회사의 주가 하락이 우려돼 주주들이 반발에 나서게 되고, 그 경우 이번 인적 분할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돼 지배구조 개편이 요원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추후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연내 분할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설회사인 ICT투자전문회사와 SK㈜와의 합병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SK㈜가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SK㈜의 기업 가치가 7∼8배 커진 뒤 합병을 추진하면 주주의 반발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주총 승인 등을 앞두고 있어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지만 앞으로 SK㈜의 가치 변화가 생기면 (합병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신설회사와 SK㈜가 합병하게 되면 반도체 분야에서 한층 더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이미 올해 초 첨단소재와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개편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의 '전문가치투자자'로 진화하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공개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의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를 통해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최 회장이 작년부터 경영 화두로 강조하고 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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