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묵은 아프간서 발빼고 중·러·코로나·기후변화 등 현안에 자원 집중
외교 일정도 중·러·기후변화 등 초점…아프간 철군에 트럼프와 목적 공유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 20주년을 맞아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군을 결정한 것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등 당면 현안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 아프간전에서 속히 발을 빼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어서 '바이든식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말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9월 1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완전히 철수키로 하고 14일(현지시간) 이를 발표한다.
9·11 테러로 촉발된 아프간전이 20년을 넘기기 전에 미국이 발을 빼는 것이다. 미국의 최장기전쟁이 된 아프간전에 미국이 쏟아부은 돈만 2조 달러(한화 2천200조원)가 넘고 미군 사망자도 2천명을 넘었다.
아프간전을 종식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일치하는 발표지만 취임 3개월도 안 돼 서둘러 완전 철군을 결정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과 러시아와의 대결, 기후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퇴치 같은 중대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임기 초반부터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우리가 오늘날 직면한 위협에 맞서는 데 우리의 자원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워싱턴포스트(WP)에 "대통령은 미국에 가장 격심한 위협과 도전에 우리의 에너지와 자원, 인력,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고 깊이 믿고 있다"면서 "그러려면 20년 된 아프간 갈등을 그만두고 미국의 국가안보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 완전 철수 발표를 즈음한 미국의 외교일정은 바이든 대통령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틀 뒤인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백악관에서 회담할 예정이다. 외국 정상 중 바이든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나는 건 스가 총리가 처음인데 중국의 위협에 논의의 상당한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WP는 전망했다.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는 이날 중국 방문에 나선다. 미중 갈등이 극심해지는 와중에 중국을 방문하는 바이든 행정부 첫 고위당국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제3국에서의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23일 화상으로 여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도 초대한 상태다.
미 당국자들은 WP에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가 이달부터 시작되며 '9월 11일'이라는 철수 시한도 확고하고 대테러 대응을 위한 소규모 병력이 남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한 당국자는 "이건 (아프간 상황에 따라) 조건에 기초한 철수가 아니다. 대통령은 지난 20년간의 접근방식이었던 조건에 기초한 접근이 아프간에 영원히 남는 방법이라고 본다"고 했다.
결국 아프간 철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작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끝내게 된 셈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조율을 거쳐 질서 있는 철군을 추진한다는 점 정도다.
WP는 "아프간의 경우 바이든은 트럼프와 사실상 공유하는 목표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트럼프는 임기 내 완전 철군에 실패했지만 5월 1일을 시한으로 설정했고 바이든은 시한을 몇 달 정도만 늘린 것"이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바이든은 절대 그 용어를 쓰지는 않겠지만 아프간 철군은 '바이든식 아메리카 퍼스트'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대놓고 미국의 이익을 앞세운 트럼프와 유사성이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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