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촉발 9·11테러 20년 만…바이든 "목적 달성, 중·러 도전 대처"
나토 "함께 들어갔다 떠나는데 일치"…"아프간-탈레반 평화협상 지원"
(워싱턴·브뤼셀=연합뉴스) 이상헌 김정은 특파원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도 미국과 맞춰 아프간 주둔 연합군을 철군하기로 했다.
이로써 2001년 알카에다의 9·11 테러로 촉발돼 '끝없는 전쟁'으로 불렸던 아프간 전쟁이 20년 만에 사실상 종식을 고하게 됐다. 아프간 전쟁은 미국의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을 다음 달 1일 시작해 9월 11일 이전에 끝내겠다고 선언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올해 9월 11일은 9·11 테러가 발생한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다음 달 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탈레반 반군과 합의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기존 철군 계획을 뒤집는 것은 아니지만 시기를 4개월여 늦춘 것이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군 2천500명, 나토 연합군 7천명이 주둔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아프간 미군을 지휘하는 네 번째 미국 대통령으로, 이 책임을 다섯 번째 대통령에게 넘기지 않겠다"면서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을 끝내야 할 때이며, 이제 미군이 집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이 2011년 제거됐고 알카에다 역시 아프간에서 분해됐다며 "목적을 달성했다"고 언급했다.
또 "탈레반과 전쟁을 또다시 시작하기보다는 우리의 입지를 결정하고 오늘과 미래에 닥칠 도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중국과 러시아라는 더 큰 도전에 대처하고자 미국 외교정책을 조정하길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철군의 이상적인 조건을 조성하고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서 아프간에 있는 우리 군의 주둔 연장이나 확장을 계속 반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출구로 성급하게 달려가지 않을 것이며, 책임감 있고 신중하고 안전하게 할 것"이라며 "우리보다 더 많은 병력을 아프간에 주둔 중인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완전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철군해도 외교적·인도적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며 아프간 정부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임을 약속했다. 아울러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 협상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 철수하는 동안 탈레반이 공격을 감행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토도 아프간 철군 결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나토 30개 회원국은 이날 성명을 내고 5월 1일까지는 아프간 지원 임무 병력 철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맞춰 아프간에 있는 나토 병력을 철수하기로 동맹이 합의했다면서 완전한 철수는 몇 달 내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리는 아프간에 함께 들어갔고, 우리의 입장을 조정했고, 함께 떠나는 데 일치됐다"고 언급했다.
유럽을 방문 중인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나토 본부를 찾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을 비롯해 나토 회원국 외무·국방 장관들과 직접 혹은 화상으로 이와 관련한 논의를 했다.
블링컨 장관은 공동 회견에서 "아프간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아프간 시민들의 손에 있다"며 "그러나 우리의 지원, 관여, 결심은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군은 2001년부터 아프간에 주둔 중이며, 2015년부터 현지 병력 훈련 등을 담당하는 비전투 임무를 맡고 있다.
나토는 아프간 임무에서 미국의 군사 자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honeybee@yna.co.kr,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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