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잠시 평온하나 싶던 카카오[035720]와 택시 업계에 사이에 다시 짙은 전운이 드리웠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배차 혜택을 주는 월 9만9천원짜리 요금제를 지난달 출시했는데, 택시 업계는 이를 사실상 강제 유료화로 간주하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 측은 이 요금제에 가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배차를 해 주거나 콜을 더 많이 주는 형태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택시 기사의 수입과 직결되는 배차 문제에 있어 어떤 형태로든 혜택이 주어진다면 '안 쓰고 배길 도리가 없는' 택시 기사들의 우려에도 일리는 있다.
택시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가입 택시가 배차를 많이 받는 만큼 비가입 택시의 몫은 줄어드는 구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프로 멤버십에 포함된 단골 기능의 경우 승객이 별점 만점을 주고 단골로 지정한 택시에 대해 다른 택시 대비 배차 우선순위를 준다. 한 달 만에 단골 315명을 모은 기사도 있다고 한다.
물론 택시 호출 플랫폼 운영도 공짜가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상대방에게 우회적 강요로 느껴지는 방식이 오히려 반감을 더욱 키우는 것이 아닐까.
택시 업계는 이미 전면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단체는 청와대와 국회,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 및 규탄 집회에 돌입했다.
이들은 "택시 시장의 주체로서 생산자와 소비자 격인 택시 기사와 승객들은 거대 독점기업의 중개료 횡포 앞에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이 플랫폼의 노예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는 2019년 초 카풀 서비스를 내놓았다가 택시 기사가 스스로 몸을 불사르는 등 극심한 반발에 맞닥뜨린 끝에 결국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카카오가 후퇴하기 힘든 상황으로 관측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구글, 칼라일그룹, TPG 등 해외 투자자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아왔고,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수익화를 더 미루기 힘든 처지다.
게다가 2년 전과 달리 택시 호출 플랫폼 시장을 사실상 손에 넣은 상황이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빈부 격차 등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10조원이 넘는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최근 밝혔다. 그 뜻의 빛이 바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난번 같은 파국을 피할 적극적인 타협과 설득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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