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 침공하면 일본이 미군 후방기지"…관련법 물밑 검토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재논의 가능성…"일본 방위력 강화" 명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52년 만에 대만 관련 내용을 담는 등 일본이 미국의 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가운데 일본 내에서 대만 정세와 관련한 안보 우려가 대두하고 있다.
중국이 통일을 위해 대만을 침공하는 등 유사(有事·전쟁이나 재해 등 긴급상황이 벌어지는 것) 사태가 벌어지면 일본이 미국의 후방 기지 역할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상황에 대비해 일본의 방위력을 증강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관련 논의가 재점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 현지시간 16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거쳐 발표된 공동성명은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권장한다"고 기술했다.
양국 공동성명에 대만을 명시한 것은 1969년 11월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과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일본 총리의 회담 이후 약 52년만에 처음이다.
이는 중일 수교(1972년) 및 미중 수교(1979년) 전이었다.
이번 성명은 이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등을 두고 중국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경제적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일본이 중국을 '가장 심각한 경쟁자'로 규정한 바이든 정권의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하는 등 전략적 전환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과 대만의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한 가운데 일본이 미국에 보조를 맞추면서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립 데이비슨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중국이 6년 이내에 대만을 침공할 위험이 높다는 견해를 최근 밝힌 바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대만 해협에 유사 사태가 벌어질 경우 일본 자위대의 군사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미국 측의 인식이며 미국은 이번 공동성명에 관해 "대만 해협을 둘러싼 문제에서도 일본에 동일하게 보조를 맞추도록 압박할 수 있는 근거를 손에 넣었다"고 18일 분석했다.
이 신문은 미국 정부 내에서는 "현 단계에서부터 미군과 자위대 사이에서 대만해협 유사 사태를 가정하고 실천적인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국방부 관계자)는 견해가 강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배치를 검토 중인 중거리 미사일을 일본이 수용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만약 일본 열도에 배치하는 경우 유사 사태 때 일본이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도쿄신문은 "대만 주변 정세가 급속하게 악화하고 있다"며 "미중 충돌에 일본이 말려들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후나 중국군 창설 100년인 2027년에 대만을 둘러싼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일본 방위성 간부 견해를 소개하고서 일본 정부가 주일 미군의 출격을 가정해 대응책을 물밑에서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일본의 안보 관련법에 따라 자위대가 미국 함선의 보급을 후방지원하는 '중요영향사태'나 집단자위권을 한정적으로 사용하는 '존립위기사태'로 간주할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을 방위력 증강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공동성명은 "일본은 동맹 및 지역의 안전보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방위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결의했다"고 명시했다.
요미우리는 "미일 정상회담 공동 문서에서 일본이 방위력 강화를 선언하는 것은 이례"라며 "미국 측의 위기감이 높아지자 일본이 자주적으로 반영했다"고 배경을 전했다.
방위성 관계자는 "우선 일본이 자주적으로 자국 방위에 임한다는 자세를 강조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이 스탠드오프 미사일 등 독자적인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 자위대와 미군의 상승효과를 꾀하며 미국과 협의를 하다 보면 보류됐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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