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둘째주 사형 집행 예정
"총살이 가장 인간적 방법" 주장
감형 노린 '지연전략'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미국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을 숨지게 한 사형수가 형 집행을 두달 앞두고 고통이 심한 독극물 주입 대신 총살을 원한다며 사형방식의 변경을 요청했다.
네바다주(州) 사형수 제인 마이클 플로이드는 최근 변호인을 통해 3단계로 진행되는 약물 주입 사형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AP통신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선 사형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사형수가 대안을 내놔야 하는데 플로이드는 머리에 총격을 가하는 총살을 제시했다.
플로이드 변호사는 소장에서 총살이 "약물 주입식보다 (집행이) 빠르고 고통이 덜하다"라면서 '가장 인도적인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플로이드가 사형제 폐지가 추진되고 있는 네바다에서 감형을 노리고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 관측도 있다.
그를 변호하는 공공변호인 브레드 레빈슨은 플로이드가 죽음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사형방식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 '지연전략'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형집행은 6월 둘째 주로 예상되는데, 네바다주에서는 15년 만이다.
플로이드는 6월 22일 예정된 주 사면심사위원회에서 감형을 노리고 있다.
네바다주 하원은 지난 13일 사형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의결해 상원에 넘겼는데, 법안이 확정되면 플로이드가 종신형으로 감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1999년 라스베이거스 한 슈퍼마켓에서 산탄총으로 4명을 살해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이듬해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플로이드가 이의를 제기한 3단계 약물 주입 사형방식은 처음엔 무의식을 유도하는 약물을 주입한 뒤 근골격계를 마비시키는 약물과 심박 정지를 유도하는 약물을 차례로 주입해 사형수가 죽음에 이르게 한다.
미국에서 사형제를 유지하는 주들은 대체로 약물 주입식을 택하고 있다.
총살이 가능한 주는 미시시피주와 오클라호마주, 유타주 등 3곳에 그친다.
이외 군인에 대해서 총살이 허용된다.
네바다주는 한때 총살을 허용했으나 현재는 금지다.
약물 주입 사형방식을 둔 논란은 계속돼왔다.
약물로 무의식 상태를 유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사형수가 고통 속에 죽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바다주에서도 앞서 2017년과 2018년 스콧 레이먼드 도지어라는 사형수가 약물 주입 사형방식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이라고 주장해 두 차례 사형집행이 연기된 적 있다.
미국 수정헌법 8조는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 부과를 금지한다.
도지어는 결국 201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제약사들도 자신들의 약물이 사형에 사용되는 것을 꺼린다.
지난 2018년엔 독일 제약사가 네브래스카주 교정 당국을 상대로 사형집행에 자신들이 만든 근육이 완제와 심박 정지 유도제를 사용하지 말라고 소송을 제기해 사형 9시간을 앞두고 집행이 보류되기도 했다.
약물 주입 사형방식을 두고 위헌소송도 몇 차례 진행됐다.
연방대법원은 2008년과 2015년 약물 주입 사형방식이 수정헌법 8조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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