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전쟁과 코로나19 사태가 복합적으로 작용"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중국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부족 사태는 자동차 산업을 넘어 스마트폰, 가전제품 산업까지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추세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반도체 부족 사태가 미국과 중국 간 기술 전쟁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사태가 결합해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제재로 궁지에 몰린 중국의 거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華爲) 그룹이 반도체 공급 차질을 우려해 2019년부터 반도체 비축량을 늘려왔으며, 이는 샤오미(小米), 오포(OPPO·歐珀), 비보 등 다른 대형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반도체 비축량 증가를 자극하고, 결국 이러한 과다 수요가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상하이의 반도체 연구회사인 아이씨와이즈(ICWise)의 셰루이펑 분석가는 "이것(화웨이의 반도체 비축량 확대)이 연쇄효과를 불러왔다"면서 "만일 화웨이만 비축을 위한 주문을 늘렸다면 혼란은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다른 거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 모두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반도체 비축량 확보에 나섰으며, 이것이 결국 거대한 (반도체) 수요를 만들어 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 5월부터 안보상의 이유로 자국 기업들에 대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규제를 개시했다.
또 작년 5월부터는 미국의 장비를 사용해 부품을 생산한 외국 기업들에도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쉬즈쥔(徐直軍) 화웨이 순환회장은 미국의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가 반도체 부족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면서 미국의 제재로 세계적인 공급망에 대한 신뢰가 붕괴하면서 반도체 확보 경쟁을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제재가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야기한 유일한 원인은 아니며, 또 다른 원인은 코로나19 사태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자동차 산업의 수요와 생산이 작년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급감했다가 작년 3분기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웨이 최고경영자도 지난 주 애널리스트들과의 화상 콘퍼런스에서 "자동차 수요가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계속해서 줄어들었다가 작년 4분기에 갑자기 회복됐다"고 말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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