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025년 이후 ISS 탈퇴·독자 우주정거장 구축 시사
중국, 이달 안에 우주정거장 첫 모듈 발사해 내년 말 완공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러시아가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에서 탈퇴해 독자 우주정거장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선 데 이어 중국이 이달 안에 자체 우주정거장의 축이 될 첫 모듈을 발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98년부터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16개국이 참여해 지구 340~430㎞ 상공에 축구장 크기로 건설한 ISS 시대가 저무는 신호탄인지 주목된다.
◇ ISS 탈퇴 잇따라 밝히는 러시아 속내는
러시아는 지난 18일 유리 보리소프 부총리가 TV 방송에 출연해 ISS의 노후화 문제를 거론하면서 "2025년 이후 ISS에서 탈퇴하겠다고 파트너들에게 솔직하게 예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거장 본체에서 공기가 새는 등 노후화로 인해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ISS 운용 시한이 2024년에 종료되면 2030년까지 시한을 연장하는 데는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보리소프 총리에 이어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종 재가하면 2030년까지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으로 CNN이 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해 전했다.
러시아는 1971년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Salyut)부터 2세대 '미르'(Mir)를 거쳐 ISS에 이르기까지 우주정거장에 관한한 미국보다 앞선 기술을 보여왔다.
이런 발언들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 주재로 우주 정책 관련 회의가 열린 뒤에 이어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ISS 참여 여부와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 등에 대한 전략적 입장이 이미 정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ISS는 그간 국제 우주 협력의 상징이 돼왔다. 특히, 우주 분야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의 달 복귀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겨냥해 로고진 대표가 "미국 중심적", "ISS 협력을 통해 조성된 상호 지원과 협력 원칙에서 미국의 이탈" 등 볼멘소리를 내며 불만을 표출해 왔다.
◇ 우연의 일치?…중국, 이달 안에 우주정거장 첫 모듈 발사
중국은 이달 안에 독자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 '톈허'(天和)를 지구 궤도로 발사할 예정이라고 미국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전했다.
지난 1992년 처음 밝힌 우주정거장 건설 구상을 올해와 내년에 모두 11차례 걸친 발사로 모듈과 부품을 실어날라 현실화하는데, '첫삽' 격인 톈허 모듈 발사가 이달 말께 이뤄진다는 것이다.
중국 우주정거장은 톈허 양옆으로 실험 모듈인 원톈(問天)과 멍톈(夢天) 등이 붙어 3개의 주요 모듈로 구성된다. 무게는 약 100t으로 ISS의 4분의 1에 못 미친다.
톈허에서는 우주비행사 3명이 6개월간 생활할 수 있게 설계됐다.
특히 내년 말 완공 뒤 1~2년 안에 허블 크기의 우주망원경 쉰톈(巡天)을 우주정거장과 같은 궤도에서 몇백 킬로미 떨어진 곳에 배치해 운용할 계획이다. 정비가 필요하면 우주정거장에 도킹시켜 수리하는 등 효율을 기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우주정거장을 개방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다른 나라 과학자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우주 실험 공모도 진행했다. 하지만 미국이 법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이 중국과 직접적인 우주 협력을 하지 못하게 차단해 놓고 있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미국과 틈을 보이는 러시아와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국가항천국(CNSA)과 로스코스모스 간에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는 미국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를 건설하는 데 맞서려는 목적을 갖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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