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상회의 연설 하루 뒤 환경예산 대폭 줄인 브라질 대통령

입력 2021-04-24 10:25  

기후정상회의 연설 하루 뒤 환경예산 대폭 줄인 브라질 대통령
무단벌채 종식·온실가스 배출 감축 약속…의회 통과 예산 중 35% 줄여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대통령이 기후정상회의 연설에서 무단 벌채 종식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약속한 지 하루 만에 환경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올해 환경예산 가운데 35%에 해당하는 2억4천만 헤알(약 493억 원)을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 가운데 1천160만 헤알은 아마존 열대우림 등 삼림 지역에서 벌어지는 환경파괴 행위 단속 활동을 위해 책정된 것이다.
경제부는 "삭감된 예산은 의회 심의 과정에서 늘어난 부분이며 정부가 애초 편성한 예산에서 삭감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기후정상회의 연설 하루 만에 삭감이 이뤄진 것을 두고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날 화상 기후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2030년까지 아마존 열대우림 등 삼림에서 이루어지는 무단 벌채를 종식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이어 브라질이 지구에 제공하는 환경 서비스에 대한 공정한 대가가 필요하다면서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브라질 환경부 장관인 히카르두 살리스는 1년 안에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을 40% 정도 줄이려면 10억 달러(약 1조1천억 원) 정도의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 기부로 조성되는 '아마존 기금'의 운영을 파행시킨 브라질 정부가 국제사회에 금융지원을 요청하는 것을 두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마존 기금'은 2008년 창설 이래 34억 헤알(약 6천800억 원) 정도 조성됐다. 노르웨이가 90% 이상을 부담했고 나머지는 독일과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가 냈다.
2019년 초 보우소나루 정부가 들어선 이후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극성을 부리는 데다 브라질 정부가 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밝히자, 노르웨이는 신규 기부 계획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2019년 8월부터 '아마존 기금' 운용이 중단돼 29억 헤알 정도가 2년째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fidelis21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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