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정지 해제 직후 미국행…미래 경쟁력 강조한 듯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최근 법원에서 출국 정지 처분이 취소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이미 이달 초 미국 출장을 갔다가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카젬 사장은 이달 초 미국에서 GM 본사 경영진을 만나 한국GM 미래 계획과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등의 현안을 논의했다.
카젬 사장은 근로자를 불법 파견한 혐의로 수사를 받기 시작한 2019년 말부터 출국이 정지됐지만, 지난달 22일 출국 정지 기간 연장 처분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며 출국이 가능해졌다.
카젬 사장은 이달 23일 출국 정지 처분을 취소하는 본안 판결에서도 승소했다.
카젬 사장은 그동안 1년이 넘는 출국 정지로 본사 출장길이 막히면서 본사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도 출국 정지가 해제되자마자 출장을 간 것을 보면 본사와 시급히 논의할 사안이 있었던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카젬 사장은 이번 출장에서 한국 시장·공장 가동 현황 등을 보고하고, 본사 차원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 계획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GM에 반도체 물량을 충분히 배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젬 사장의 출장 이후 부평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생산 재개 이후에도 감산이 이뤄진 점을 미뤄보면 본사에서도 반도체 수급난을 해소할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에 따라 지난 2월부터 국내 공장의 생산량을 줄였고, 이달 19일부터 23일까지 부평1공장과 부평2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카젬 사장은 신차 생산 물량을 국내 공장에 배정해달라는 노조의 입장도 적극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 노조는 지난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신차 생산 물량 배정을 확약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이 거부했다.
한국GM 노사는 '미래발전위원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신차 물량 배정 등 미래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아울러 본사는 카젬 사장에게 노조 관계 개선을 강하게 주문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임금협상을 앞둔 한국GM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 협상을 5개월간 진행했고, 이 기간 잇따른 파업으로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젬 사장의 출장은 한국GM 경영정상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한국GM의 경쟁력을 '어필'하며 본사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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