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종식·특사 방문' 미얀마사태 분수령…정치범 석방은 불발

입력 2021-04-25 00:06   수정 2021-04-25 00:13

'폭력 종식·특사 방문' 미얀마사태 분수령…정치범 석방은 불발
학살 주역 흘라잉 참석 아세안 정상회의서 5개항 합의…통합정부도 "환영"
예상 밖 성과 평가 속 '약속·실행 별개" 신중론도…아세안 후속 조치가 관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폭력 즉각 중단 및 아세안 특사·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 5개 항 합의가 이뤄지면서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80여일 만에 분수령을 맞게 됐다.
미얀마 민주 진영도 환영 의사를 밝히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라는 평가가 일단 나온다.
미얀마 군부가 이번 합의 사항을 얼마나 잘 준수할지, 그리고 아세안이 이번 합의 사항을 얼마나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해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5개 항은 ▲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 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의 특사 형식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제1항에 나타난 폭력 즉각 중단 및 각 당사자의 최대한 자제력 발휘다.
현재 미얀마 군경에 의한 유혈 진압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양상을 띠면서 미얀마 내부는 물론 아세아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질 대로 커졌기 때문이다.
현지 인권단체 정치법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군경 폭력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이는 745명이고, 체포 및 구금된 이는 3천371명에 달한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도 아세안 정상들이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가장 먼저 언급한 사항은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한 군경의 폭력 사용 즉각 중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이익 차원에서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당사자간 건설적 대화를 시작한다는 두 번째 합의 사항 역시 폭력 사용 중단과 연계되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밖에도 인도적 지원 제공, 아세안 특사 및 대표단의 대화 중재와 미얀마 방문 합의 역시 그동안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귀를 닫은 채 국민을 향해서 총부리를 들이댔던 군부의 '광기'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의 결과물을 놓고 무히단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는 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라고 자평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전반적으로 생산적인 회의였고, 다음 단계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군사정권의 대척점에 선 국민통합정부(NUG)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사사 NUG 대변인은 이번 합의사항이 자신들이 촉구해 오던 것이었다면서 고무적인 소식들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미얀마 군부가 이번 합의사항을 잘 준수할 지, 또 아세안이 얼마나 신속하게 후속 조치에 나설 지에 쏠리게 됐다.
이날 정상회의에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직접 참석했고, 아세안 정상들의 제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여러 정상이 지적했고, 애초 의장 성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던 정치범 석방 부분이 합의 사항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이 향후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의장 성명에는 그런 요구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흘라잉 사령관이 이 요구에는 반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범 석방은 폭력 중단과 함께 민주진영의 핵심 요구 중 하나였던 만큼, 향후 군정과 민주진영간 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이번 합의에 대해 직접 "반대하지 않는다"고 확인하는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거론되기도 한다.
아세안이 미얀마를 방문해 군정과 민주진영관 대화를 중재하는 방안도 첫발을 뗐다는 의의는 있지만, 양측간 입장이 워낙 판이한 만큼 향후 실행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리셴룽 총리는 이에 대해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력을 중단하고 정치범들을 석방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해내는 것은 별개이고, 정치적 해결책에 도달하기 위해 포괄적 토론을 하는 것은 더 어렵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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