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재개·봉쇄해제하는 미·유럽…확진자 폭증하는 인도
'백신 내셔널리즘'에 간극 확대…"국제사회 나서야"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 장기화하면서 팬데믹의 양상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백신과 바이러스의 창검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는듯 했던 인도에서는 최근 연일 신규 확진자가 30만명씩이나 쏟아지고 있고,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인 미국, 유럽 등 일부국은 봉쇄 해제를 서두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25일(현지시간) 최근 두 '인구 대국' 미국과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을 전하면서 팬데믹으로 인한 간극이 갈수록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감소해온 미국은 올여름부터 유럽 여행이 다시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인도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지난 21일 29만5천여명을 기록한 후 엿새째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다수 병원에서 산소통, 의약품이 바닥나는 실정이다.
◇인구 40% 이상 접종…곧 유럽여행 재개할듯
미국은 신규 확진자가 올해 1월 8일 약 30만7천명을 찍은 후 지난달 중순 4만 명대까지 큰 폭으로 감소했다(월드오미터 집계 기준).
이후 이달 9일 8만5천명을 넘으며 다시 증가했지만 그 뒤부터 대체로 5∼7만명을 오가고 있다.
일일 사망자 역시 지난 1월 12일 4천500명에 육박했다가 현재 1천명 아래로까지 감소했다.
확산세의 이런 완화 추세는 정부의 적극적인 백신 접종과 맞물려 나타났다.
미국은 지난해 말 접종을 시작한 이후 현재 전 국민의 41%가 최소 1차 접종을 마쳤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이도 국민의 27%에 달한다(뉴욕타임스 백신 트래커 기준).
백신 접종자가 늘어남에 일부 주 정부나 대도시에선 실외 마스크 착용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높은 접종률에 힘입어 이르면 올해 여름부터 미국인들은 다시 유럽 여행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5일(현지시간) NYT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미국인이 조만간 EU 국가를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자 연일 최고기록 인도…병상·산소통 부족사태
반면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26일 신규 확진자 수는 35만2천99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1일(29만5천41명) 이후 6일 내리 기존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22일 신규 확진자가 31만4천835명 나오며 이미 미국의 종전 세계 최고 기록도 넘어선 상태다.
이날 신규 사망자 역시 2천812명으로 역대 최고치에 올랐다.
인도는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신규 확진자, 사망자가 각각 1만명대, 100명 이하로 나타났지만 이후 약 두 달 동안 확산세가 거세졌다.
현재까지 최소 1차 백신 접종까지 마친 이는 국민의 8.6%이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비율은 1.6%에 그친다.
폭증하는 확진자·사망자로 인해 현지 보건 체계는 붕괴 직전 상태에 달했다.
병원에선 병상과 산소가 부족하고, 특히 수도 뉴델리 일부 병원에선 산소 공급이 끊어지면서 환자 수십명이 사망했다.
의약품과 산소통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암시장 가격이 몇 배로 뛰기도 했다.
뉴델리에선 사망자가 불어나며 화장장이 시신을 처리하느라 과부하에 걸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백신 수급·방역 대처 방식이 초래한 간극
이처럼 국가별 격차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사회가 일부 국가의 '백신 내셔널리즘'에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백신을 공격적으로 확보해 현재까지 자국민 상대로 약 2억2천600만 회분을 접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백신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했고, 바이든 현 행정부도 이를 계승했다.
그 결과 올해 말 미국의 잉여 백신 물량은 수억 회분에 달할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반면 인도 등 대부분의 국가는 백신을 이처럼 넉넉하게 확보하지 못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WSJ는 인도에서 최근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지는 상황과 관련해 "고르지 못한 세계 백신 캠페인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뚜렷하게 대조되는 미국과 인도의 대처방식 역시 격차를 키운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신속한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 준수를 지속해서 강조해 왔다.
지난달 텍사스와 미시시피주가 일부 방역 규제를 철폐하자 "큰 실수"라고 비판하며 아직은 규제를 풀 때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냈다.
반면 인도는 방역보다 경제 재개에 집중하며 규제를 완화했고, 각지에선 대규모 야외 축제가 벌어져 감염 핫스폿이 됐다. 몇몇 주에선 지방선거 유세까지 강행됐다.
현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최근 대규모 유세를 이어가 확산세 격화에 일조했다며 비판받고 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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