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부평1·2공장 재가동했지만 가동률 50%
현대차·기아,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5월 위기 예고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다음 달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반도체 보릿고개'를 앞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멈췄던 부평1·2공장을 이날부터 재가동했지만 가동률은 50%로 운영하고 있다.
그간 정상 가동해왔던 창원공장도 다음 달 1일부터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인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타격을 입은 한국GM은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을 절반만 가동하며 생산량을 조절해 왔지만 결국 19∼23일 부평1·2공장 모두 휴업에 들어갔다.
부평1공장은 트레일블레이저를, 부평2공장은 쉐보레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고 있다. 창원공장은 스파크를 생산한다.
특히 수출 효자 품목이자 인기 차종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까지 휴업에 이어 감산에 들어가면서 한국GM의 이달과 2분기 실적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올해 1분기에 4만7천881대가 수출되며 국내 전체 자동차 모델 중 수출 2위를 기록했고, 내수 판매도 작년 1분기에 비해 21.3%나 증가하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이달 초 본사 차원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 계획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에 반도체 물량을 충분히 배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005380]와 기아는 다음달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극심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지역별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부터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춘 현대차·기아는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5월이 '반도체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강현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1분기에는 전사 차원에서 부품을 관리해 재고를 확보하고 생산 차질을 최소화했지만 이런 노력에도 반도체 부품이 조기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반도체 부족으로 이미 인기 차종의 생산까지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 12∼13일과 19∼20일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지난 7∼14일에는 울산1공장을 닫았다. 코나에 들어가는 전방 카메라 반도체가 부족해진 데다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의 PE모듈(전기차 구동 부품 모듈) 수급 차질까지 겹친 탓이다.
아직까지 휴업에 들어가지 않은 기아도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기아는 이달 화성공장과 광주1공장 등 주요 공장의 특근을 취소했지만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는 않았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4월까지는 기존 재고로 대응했지만 이제는 바닥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공급 이슈의 가장 어려운 시점은 5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쌍용차[003620]는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 8∼16일 평택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19∼23일은 협력사의 납품 거부로 가동을 멈췄다.
업계에서는 3분기 이후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는 개발에 10년 가량이 소요될 뿐 아니라 안전성이 중요해 공정이 까다롭고, 핵심 부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대체품 적용도 어려워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컨설팅회사 알릭스 파트너스는 올해 전세계 자동차업체의 매출이 606억 달러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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