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취급업 인가제' 박용진 의원안 발의 후 1년 넘게 논의 안 돼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가상화폐 광풍에 정치권이 거래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추진하면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의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여기며 제도화 문제에 부정적인 상황이라 논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무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가상화폐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으나 가상화폐의 제도화 문제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다른 법안은 이미 발의된 상태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6월 가상화폐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가상화폐 정의를 규정하고 가상화폐 취급업 인가제(자본금 5억원 이상)를 도입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가상화폐 시세 조종·자금세탁 행위 등의 금지, 거래방식 제한, 가상화폐 이용자에 대한 설명의무 등의 내용도 담겼다.
박용진 의원안은 발의된 지 1년이 지났으나 아직 정무위 법안소위원회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가상화폐 거래시장 제도화에 정부가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는 당시 박용진 의원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금융위원회는 특정금융정보 보고법을 개정해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 행위를 금지하고, 예치금 분리보관 등의 의무가 도입되는 만큼 개정 법률의 차질 없는 시행과 함께 국제적 논의가 성숙하는 단계에서 가상통화 법제화 필요성 등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불어닥친 가상화폐 광풍에 규제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가상화폐 제도화 문제는 향후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야 할 것 없이 가상화폐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성격이 모호한 가상화폐의 개념을 '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으로 정립하고 거래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투자자를 보호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가상화폐 투자자를 보호하고 제도를 연구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릴 계획이다.
국회 논의가 본격화하면 금융당국의 고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급증하는 가상화폐 거래 규모에 견줬을 때 관련 법이나 제도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으나 정부가 개입할 시장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를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규정하면서 가상화폐 투자자를 '투자자'로 볼 수 없어 정부의 '투자자 보호'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것에 긍정적이지 않은 것이 여전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단 국회 논의가 시작되면 가상화폐를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물론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가상화폐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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