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부, 인도 지원 잇따라 발표
미국은 중국 견제 위한 지정학적 의도
중국은 국경분쟁으로 소원한 인도 달래기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심재훈 한종구 특파원 이영섭 기자 = 중국과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큰 어려움에 처한 인도를 서로 돕겠다고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이 인도에 백신 원료 등 물자를 긴급 지원하겠다고 하자 여러 분야에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은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맹비난했다.
27일 환구시보(環球時報)에 따르면 왕샤오젠(王小劍) 주인도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최근 인도의 코로나19 사태와 방역 물자 부족과 관련해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표명했다.
왕샤오젠 대변인은 "코로나19는 모든 인류에 공동의 적"이라면서 "국제사회가 일치단결해 함께 코로나19를 이겨내야 한다"고 밝혔다.
왕 대변인은 중국이 최근 인도의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진심으로 위로를 표했다면서 "중국 정부와 인민은 인도 정부와 인도인들의 코로나19 방역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인도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지도하고 권고할 것"이라면서 "인도에 각종 필요한 방역 물자 구매에 편의를 제공하고 인도에 필요한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인도에 대한 지원 약속 아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는 의료용 산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에 의료용 산소 발생기 1천 대를 기증하기로 했다.
중국의 한 물류회사는 마스크 30만 개를 기증하기 위해 인도와 접촉 중이며 한 오토바이 업체도 마스크 20만 개를 기증하는 등 각종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의료용 산소 관련 물자와 백신 원료, 치료제 등 다양한 긴급 지원을 인도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인도와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지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그것이 정치적 보답에 대한 대가나 거래 대가로 (인도인들의) 팔에 주사를 놓는 것에 관한 게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은 연방 당국이 안전성 검토를 마치는 대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6천만 회분을 외국에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정확한 시점이나 지원 대상 국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인도가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과 러시아가 인접국과 개도국에 신속하게 백신을 지원해온 데 비해 미국은 뒤늦게 외국 지원에 나선 모양세라고 지적했다.
WP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동안 지정학적 경쟁국이 곳곳에 진출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라고 전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미국의 대인도 코로나19 지원에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환구시보는 '미국의 뒤늦은 인도 지원'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인도 지원에 부정적이던 미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 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인도 지원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미국과 조율한 듯한 인상을 준다고 했다.
신문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에서 과학과 인도주의가 아닌 지정학적 논리가 작용한다는 게 매우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세계의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다"며 "이번 인도 지원이 미국의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미국의 지원이 각국의 백신 공유 압박과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위기를 통해 인도가 미국에 더 가까이 오도록 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미국은 다른 국가의 도움 요청을 거절하는 경향이 있고 미국의 약속과 지원은 마지막 순간에나 가능하다"며 "이 방법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익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이 중국의 앙숙인 인도를 대중국 견제 동맹체인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에 끌어들여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중국 또한 인도의 코로나19 사태에 지원을 강화하면서 인도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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