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2~3배 높은 운임 적용…"아시아 수출시장은 고장난 상태"
정부·국적선사 지원에도 중소기업 "버틸 방도가 있나"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최근 해상운임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초 이미 작년의 3배 수준에서 출발한 해상 운임이 2분기 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이자 국내 기업들이 운임 부담에 울상을 짓고 있다.
2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3일 전주 대비 146.34포인트 오른 2천979.76을 기록했다.
SCFI가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치다. 지난해 같은 날 818.16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1년 새 3.6배로 뛰어올랐다.
SCFI는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선사들의 선복량 조절로 지난해 11월 이후 매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올해 초 작년 동기 대비 3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다만 비수기인 1분기를 맞아 최고치에서 200~300포인트 떨어지는 조정세를 보였으나 2분기 들어 다시 우상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주 서안과 유럽 노선 운임도 같은 날 각각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4천967달러, 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4천325달러를 찍으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SCFI에 맞물려 철광석과 석탄, 곡물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 운임(발틱운임지수·BDI)도 지난 26일 1년 전의 3배인 2천808을 기록했다.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운임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운 관련 외신인 로드스타는 2분기 들어 주요 항로 운임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며 영국 포워더(물류운송주선업체) NVOCC가 다음 달 중국~영국 노선 FAK(품목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하는 운임) 최저요금을 1FEU당 1만3천500달러를 제안받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업계는 물동량 증가와 이에 따른 주요 항만 정체, 내륙운송 지연, 컨테이너 부족이 맞물려 공급망 병목현상이 벌어진 것이 운임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지난달 말 발생한 수에즈운하 사고도 운임 상승세를 키웠다.
이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등 주요 기관들은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 이러한 고운임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이미 높은 운임에 허덕이는 국내 수출기업들은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았다.
특히 약정된 금액으로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대기업과 달리 운임 상승분이 그대로 반영되는 단기계약(스폿)을 주로 이용하는 중소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 중소기업 업체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운임은 이미 지난해부터 오를 대로 올랐다"면서 "미국 동부까지 보내는데 1만 달러 얘기까지 나오는데 여기에서 더 오르면 버텨낼 방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에서 남은 선적공간에 채우고 미국 등으로 향하는 해외 선사의 컨테이너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물동량 증가로 중국에서 이미 선복량(배에 싣는 화물량)이 다 채워지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미국 존 먼로 컨설팅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 수출시장은 고장 난(broken) 상태"라며 "오래전 완료된 예약이 선적 직전에 취소되더라도 화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부와 HMM[011200] 등 국적선사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평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항공·해상운임 상승에 따라 피해를 본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물류비 지원 신청을 내달까지 받고 있는데 이미 500여 곳이 신청하고, 문의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HMM도 임시선박 투입에 더해 중소기업에 선복량 일부를 우선 제공하고 있다.
HMM이 지난해 8월부터 투입한 임시선박은 미주 서안 노선 12회, 미주 동안 노선 3회, 러시아 노선 3회, 유럽 노선 2회 등 총 21척에 이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물동량 증가와 수에즈 운하 사고, 항만 근로자 코로나19 확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퍼펙트 스톰'(개별적으로 위력이 크지 않은 일들이 함께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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